▲ 다카이치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를 처음 방문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늘(13일) 오후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방 영토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4년 1월 푸틴 대통령이 북방 영토를 반드시 방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일본 정부는 러시아 측에 북방영토 방문이 이뤄지지 않도록 거듭 요청해 왔다"며 "러시아 현직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북방영토에 관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러일 관계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이번 방문은 일본 국내의 대러시아 감정을 한층 더 악화시키고 중장기적인 관계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SNS를 통해 "에토로후섬을 포함한 북방영토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한 영토로, 일본은 이번 방문을 강하게 항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홋카이도 북쪽이자 러시아 쿠릴열도 남단에 위치한 쿠나시리·에토로후·시코탄·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러시아와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베리아·극동 지방을 순방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쿠릴열도를 직접 방문해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기함을 시찰하고 훈련 보고를 받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발레리 리마렌코 사할린주 주지사와 회의를 한 뒤 에토로후섬에 있는 수산물 가공공장과 병원, 학교 등을 방문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이전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던 2010년 러시아 지도자 중 최초로 쿠릴열도를 방문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푸틴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면서 향후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신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반 가까이 치러지는 가운데 영토 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타협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국내 외에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해설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어제 일본과 근접한 러시아 극동 지방 유즈노사할린스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러시아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의지의 연합' 정상 간 회의에 지원 메시지를 보내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지속할 의사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유즈노사할린스크 방문에서 "우리는 일본을 위협하지 않고, 일본에 대해 어떤 영유권 주장도 하지 않는다"라고도 언급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쿠릴열도에서 살다 소련에 의해 추방된 전 거주자 후손들과 만나 "북방영토의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쿠릴열도는 현재 인구가 2만 명에 불과하지만, 금·은 등 광물자원과 주변 해역의 수산 자원이 풍부한 지역입니다.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이 지역을 점령한 뒤 일본인 주민을 추방하고 군대를 주둔시킨 이래 일본인은 거주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