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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곳곳의 한미 군사시설 주변에서 중화권 외국인들의 노골적인 안보 침해 범죄가 잇달아 적발되면서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단순 관광이나 유학을 가장해 군사시설을 장기간 관찰하거나 전문 장비를 이용해 통신을 수집하고, 내부 관계자에게 접근하는 등 수법도 점차 조직화·고도화되는 양상입니다.
오늘(13일) 경찰 등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이달 초 한미 군사시설에서 이적(利敵) 활동을 벌인 중국군(인민해방군) 출신 2명을 일반이적죄 등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중국 국적의 60대 A씨는 지난 4월 한미 공군 전력이 배치된 전북 군산공항 인근 호텔에 투숙하며 전투기와 관제탑 간의 교신 내역을 불법 도청한 혐의를 받습니다.
중국군 출신인 A씨는 올해 1월부터 한미 공군의 군사 훈련 시기에 맞춰 관광비자로 여러 차례 입국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중국 국적 동포인 40대 B씨는 2021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평택 주한미군 기지(K-6) 정문 근처에서 군장점을 운영하며 신분을 위장한 채 기밀을 수집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B씨는 부대 내 한국인 직원을 포섭해 한미연합군사훈련(UFS·을지프리덤실드) 관련 자료와 지휘부 인사 문건 등을 넘겨받았으며, 직접 기지 내부의 무기 이동 상황을 관찰해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B씨 역시 인민해방군에 복무했던 전역 군인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들 모두 고도화된 수법으로 기밀 유출을 시도한 만큼, 압수한 전자기기를 포렌식하며 수집된 정보가 중국 당국에 유출됐는지 등 배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중화권 국적자들이 국내 군사기지 주변에서 이적 활동을 벌이다 적발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한미 주요 군사시설과 국제공항을 돌며 전투기를 무단 촬영하고 관제 통신을 감청하려 한 10대 중국인 고교생 2명이 일반이적 등 혐의로 최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외국인이 일반이적죄를 적용받은 첫 사례입니다.
이들은 망원렌즈를 들고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월까지 수원 공군기지, 평택 오산기지(K-55)와 미군기지(K-6), 청주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 4곳과 인천 등 국제공항 3곳에서 이·착륙 중인 전투기와 관제시설을 수백 차례 정밀 촬영했습니다.
중국 정보조직이 현역 장병을 직접 포섭해 한미연합훈련 기밀을 빼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해 중국인 조직이 현역 군인들이 참여한 공개 채팅방에 군인으로 가장해 잠입한 뒤, 기밀을 넘기면 돈을 주겠다며 장병들을 포섭한 사건을 적발했습니다.
포섭된 장병은 강원도 양구의 한 일선 부대에서 복무하던 현역 병장으로, 비인가 휴대전화를 부대에 반입해 한미연합연습(UFS) 진행 계획과 주요 표적 위치, 연합훈련 담당자 개인정보 등 내부 자료를 중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후 군검찰 수사 결과 이 병사는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인 어머니, 중국 로켓군 장교 출신 외조부 밑에서 유년시절 대부분을 베이징에서 보낸 인물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군복 사진을 올린 것을 계기로 중국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군사정보국 소속 공작팀과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해 5월 평택 오산기지(K-55)에서 열린 에어쇼에 무단출입해 전투기를 촬영한 대만인 2명이 적발돼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해 8월에는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제주 해군기지 일대를 드론으로 촬영하다 덜미를 잡히는 등 전국 방방곡곡의 주요 군사 거점이 이들의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으로 송치(또는 불송치)된 외국인 14명 중 절반인 7명이 지난해(2025년) 한 해에만 집중적으로 적발됐으며, 이들은 모두 중국인(4명)이거나 대만인(3명)이었습니다.
군 당국 역시 잇따르는 외국인들의 안보 침해 사안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유관기관과의 공조 강화 등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중국군 출신 2명 구속 사건을 군이 아닌 경찰이 수사한 배경에 대해 "해당 사건은 민간인(외국인)을 대상으로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으로, 현재 적용된 혐의는 군사법원법상 군 수사기관의 관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향후 조치와 관련해 "군은 경찰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 중이며, 향후 군 수사기관 관할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첩보 활동이 개별 사건을 넘어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치명적 위협이라고 경고합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통신 패턴이나 훈련 일정, 주요 인사 정보 등은 단편적일지라도 장기간 축적·분석되면 한미 연합군의 전력 배치와 작전 운용 패턴을 고스란히 노출할 수 있다"며 "기지 외부에서의 감청이나 내부자 접근(HUMINT)은 기존의 출입 통제 위주의 보안 체계만으로는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위원은 특히 "이러한 정보 보호 취약성이 반복될 경우 미국 측이 한국 내 민감 정보 관리에 우려를 제기해 결과적으로 한미 간 정보 공유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정원과 경찰, 군 방첩기관, 주한미군이 징후를 상시 공유하고, 장기 체류나 특정 전파 수신 등의 패턴을 분석하는 다영역 통합방첩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달 1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법(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은 이러한 틈새를 메울 제도적 방패가 될 전망입니다.
유 위원은 "개정법 시행은 북한 중심이던 방첩 개념을 다국가·다영역 위협 대응 체제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정 국적자를 맹목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군사·첨단시설에 대한 정보 접근 행동 패턴을 중심으로 탐지 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사진=공군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