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잘하고 있는지 전국 사찰들을 둘러보다 보니 공사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포클레인이 흙을 퍼 나르고, 작업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불교계의 한 취재원은 "각 사찰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템플스테이 숙소와 체험관을 짓더니 이제는 또 다른 체험관 짓느라고 바쁘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제 "템플스테이 건물 짓기는 유행이 지났다, 더 이상 지을 건물이 없다"는 겁니다.
템플스테이 체험관에 카페가?더 이상 지을 건물이 없다는 현장 일각의 목소리와 달리 최근 5년 동안 템플스테이 시설건립비 예산은 매년 130억 원이 넘었습니다. 대체 어디에 이 많은 돈이 쓰이는 걸까요. 먼저, 국비가 많이 들어간 유명 사찰 진관사 템플스테이 체험관. 절의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지하2층 지상3층의 건물이 템플스테이 체험관인데, 문화체육관광부가 10억, 서울시가 15억, 은평구가 6억을 지원했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하겠다고 보조금을 받았는데 정작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500원. 결제한 영수증을 보니 사업자는 김00. 법인이 영업 중일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이 사람 누군데 보조금 받은 건물에서 수익 사업을 하고 있는 거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김00을 검색해보니 진관사의 옛 주지 스님. 그러니까 진관사 법인도 진관사 대표도 아닌 '개인'이 템플스테이 체험관 1층에서 카페 영업을 하고 있던 겁니다. 취재차 카페를 다섯 번 넘게 찾아갔는데 그때마다 1층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세금 쓴 내역조차 '비공개'한 서울시보조금은 법에 따라 교부 목적과 달리 사용하면 환수대상입니다. 진관사 템플스테이 체험관에 들어간 보조금 역시 마찬가지일텐데, 어떻게 카페가 된 건지 확인하기 위해 문체부와 서울시 자료 확보부터 나섰습니다. 통상 국회의원실에 자료 협조 등을 요구하면 각 부처나 정부 기관의 자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어려웠습니다. 종교계 표를 의식하는 건지, 의원실에서 종교계 관련 감사 자료는 받기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기 때문입니다. 결국 직접 정보공개청구에 나섰습니다. 통상 정보공개청구일로부터 열흘 이내 답변이 오는데, 서울시는 두 달 넘게 걸렸습니다. 문체부가 기한 내에 모든 보조금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 반면 서울시는 진관사 보조금과 관련한 결재 서류조차 ‘법인 등의 영업상 비밀 침해’라며 비공개 했습니다. 이미 서울시정보소통광장 사이트에 보조금 내역 등을 제외한 결재서류 등이 다 올라와 있는데도 보조금 액수 등을 비공개 한 겁니다. 심지어 이 보조금 내역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지방재정365 사이트에 다 공개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의신청을 통해 서류를 받기는 했지만, 서울시가 왜 이렇게까지 진관사 관련 내역을 비공개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서울시가 최종적으로 교부금을 교부하기로 결정했을 때 진관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1층은 '전시실/전통차 체험실/기념품점/안내소/사무실' 이었습니다. 활용계획안에도 카페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교부금을 받을 때 제출한 계획안과 현재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문제가 없는 건지 물어봤습니다.
서울시는 교부금을 확정할 때 제출된 최종 도면에 지상 1층이 '근린생활시설'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계획안은 '안'일 뿐이라 변경이 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서울시 교부결정서를 보면 '확정된 교부사업의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미리 서울시의 사업 계획 변경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변경 승인 없이 사업이 진행된 겁니다. 문체부가 국비 10억 원을 지급하면서 반드시 템플스테이 목적으로만 보조금을 사용하라고 조건을 걸면서 수익 시설을 짓는 데는 보조금을 쓰지 못하게 한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심지어 진관사가 코로나19를 거치며 자체 부담 비용을 내지 못하자 5억을 추가로 지급했고 은평구도 6억을 보탰습니다, 여기에 건물 주변에 돌담을 쌓고 비석 등을 세우는 데 서울시 예산 5억 원이 더 들었는데, 이 돌담 안쪽은 '카페 전용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운영지원비도 받고, 수익사업도 하고서울시는 템플스테이를 지원하려던 목적이 변한 건 아니라면서 카페 수익을 템플스테이 운영비용으로 쓰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카페 수익을 템플스테이 운영비용 등으로 쓰고 있어서 문제 없다는 진관사의 해명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모든 수익을 템플스테이에 쓰고 있는지는 검증할 길은 만무합니다. 수익을 템플스테이에 잘 쓰고 있는 게 맞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시 공무원은 "그건 진관사에 회계서류를 요청하라"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나라살림 연구소 송진호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보조금은 개인에게 카페를 할 영업권을 준 게 아니라 진관사에 준 것이고, 카페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이 그냥 템플스테이에 잘 쓰고 있다고 넘어가는 것 자체가 정당한 절차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서울시와 문체부가 매년 템플스테이 운영지원비까지 주고 있는 상황. 정작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하는 템플스테이는 한 달에 한 번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관사는 행정력 밖"진관사는 행정력 밖이에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서울시 공무원이 털어 놓은 고백입니다. 애초에 사찰이 아니었다면 보조금을 이렇게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SBS 보도 이후에도 서울시나 문체부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 이후 실태 파악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 마련인데, 서울시는 이마저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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