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SBS 탐사기획팀은 두 달 동안 347개, 1만 7,111쪽에 달하는 국회 예산회의록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한 줄 한 줄 회의록을 읽어 내려가던 중 한 국회의원의 발언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 국비 지원한 공공시설 같은 경우에도 운영비는 지원을 안 하는 게 원칙이잖아요. 나중에 템플스테이 하는 곳들이 무한정 늘어났을 때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원칙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어? 템플스테이 운영비도 나라에서 돈을 주나? 얼마나?' 이번 취재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올해 템플스테이에 할당된 국비는 시설건립비와 운영지원비를 합쳐 총 270억 원. 정부가 지난 10일, 올 여름 폭염과 가뭄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전국에 투입한 추가 예산 250억 원보다도 20억이 많은 돈입니다.
템플스테이 20년 간 3천 8백여억 원 지원...잘하고 있나?시설건립비와 운영지원비를 나라에서 지원해주고, 이용자들에게 돈도 받는 템플스테이. 우선, 잘 운영되는지부터 점검해봤습니다. 템플스테이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조계종에 예산을 통째로 주고, 조계종이 산하 불교문화사업단에, 불교문화사업단이 각 사찰에 보조금 형태로 지급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 조계종 → 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사업단 → 각 사찰)
국비 지원을 받지 않는 예비사찰을 제외하고 총 159개 사찰의 템플스테이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잘 예약이 되는지부터 살펴봤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아예 검색할 수 없거나 예약 자체가 안되는 곳들을 추려 일일이 현장 점검에 나섰는데, 시설 점검처럼 사정이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예약 자체가 안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 사찰은 공식 예약 자체는 막혀있는데, 사찰에 찾아가 '단체 손님' 이라고 하자 스케줄을 맞춰줄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전국 템플스테이 찾아다니며 점검충북 영동에 위치한 반야사는 국비 5억 원을 받아 템플스테이 체험관을 지어 놓았는데, 이용 자체를 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체험관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내부는 벌레와 먼지가 가득했습니다. 또 템플스테이 방사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위치를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실제 현장을 찾아간 기자도 체험관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서 30분을 헤맸습니다. 경내 지도에도 해당 건물은 표시조차 없었습니다. 조계종은 단체 손님이 왔을 때 체험관을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을 찾아 단체손님 예약을 문의하고 안내를 받았을 때도 해당 건물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여주 신륵사는 2021년부터 템플스테이 운영을 중지했습니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7억 5천만 원을 들인 건물은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습니다. 사찰 측은 건물에 누수가 있어서 운영할 수가 없다고 밝혔는데, 건물을 고치겠다고 받아간 국비만 3억 8천여만 원입니다.
서울 진관사는 템플스테이를 하고는 있지만, 일반인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안 되서 직접 찾아가 봤더니 당분간 계획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고, 며칠 뒤 템플스테이 담당자에게 다시 유선으로 연락한 뒤에야 대략적인 운영 계획이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 템플스테이 예약하고 싶은데, 안되서 전화 해봤습니다.
템플스테이 담당 직원: 예약 진행 가능한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저희가 7월 말쯤에 예정인데,
전화번호 주시면 프로그램 열릴 때 연락을 드릴까요?
기자: 네네. 지금 혹시 공사하거나 그래서 그런 건가요? 저희 단체로 좀 하고 싶은데요..
템플스테이 담당 직원: 지금 전화 주신 곳은 개인 아니시고 어디 여행사이신가요? (후략)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데 예약이 이렇게 어려워서 되겠냐는 SBS 질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불교문화사업단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진관사에 여러차례 얘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왜 바뀌지 않은 걸까요? 템플스테이 체험관이 산 속에 만들어지고, 운영 중지 상태가 지속되고, 예약 자체가 어려워도 바뀌지 않았던 건 결국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템플스테이 운영 규정도 문체부 규정이 아니라 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사업단의 '자체 규정' 입니다. 현장 관리 감독 역시 불교문화사업단이 맡는 '셀프 감독' 구조입니다. 심지어 2012년 만들어진 템플스테이 운영 규정에는 사찰들의 의무 사항(운영 일수 등)은 있지만, 이를 어겼을 때 제재 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템플스테이를 지금까지 운영해 온 겁니다. 문체부는 SBS 보도 이후 문제가 제기된 각 사찰들을 직접 찾아가서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인만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 감독 시스템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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