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말, 아프리카 북단의 스페인령 '세우타'에 모로코 사람 6만 명이 헤엄쳐 몰려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숨졌고, 결국 스페인 정부가 군대까지 동원해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건지 비디오머그, 소환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이곳은 아프리카 북단 모로코와 맞닿은 스페인령 '세우타'입니다.
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스페인 땅입니다.
그러니까, 아프리카 대륙에서 아주 쉽게 유럽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죠.
지난 7월 30일부터 모로코 사람들이 갑자기 바다를 헤엄쳐서 세우타를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100m 남짓한 짧은 바닷길이지만 이 과정에서 최소 수십 명이 익사하거나 압사하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사건 직후 스페인 정부는 즉각 군대를 투입했습니다.
[스페인 군인 : 돌아가 주세요. 스페인이나 모로코에서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해변에 도착한 이민자들에게 확성기를 통해 아랍어로 귀환을 종용하는 방송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자진 귀환을 종용하는 한편 물리력을 동원해 이민자들을 국경 밖으로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이주 시도 모로코인 : 스페인에서 일자리 구하고 싶어요. 트럭이나 버스 운전도 할 수 있고 이발사, 문신, 페인트칠, 정비공까지 뭐든 할 수 있어요. 문제 없어요. 졸업장도 있고, 다 갖고 있어요. 전혀 문제 없습니다.]
결국 48시간도 안 돼 대부분은 모로코로 되돌아갔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자발적 귀환'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의 강제 퇴거였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법적으로 즉시 추방할 수 없는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들이 여전히 세우타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아저씨 제발요, 아저씨 머리에 입맞춤이라도 할게요.]
스페인 정부는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 해상에 500m 길이의 부유식 차단벽을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국경으로 몰려든 걸까요?
스페인 정부는 소셜미디어에 퍼진 '허위 정보'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밀입국 조직들이 '스페인의 국경이 열렸다'며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겁니다.
반면 당사자인 모로코 내무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 일부를 스페인 측에 돌렸습니다.
지난달 초 스페인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이민자들이 오해해 대규모로 몰려든 거라는 주장입니다.
당시 스페인 대법원은 "국경의 장벽 등 물리적 시설을 침범하지 않고 헤엄쳐 스페인 영토에 들어온 이민자의 경우 즉시 송환을 제한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모로코는 이 결정이 법적 제재 없이 유럽에 쉽게 입국할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심어줬다고 비판한 겁니다.
또 한편으로는 '모로코의 의도적인 방관'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사태 발생 열흘 전 스페인 총리는 알제리를 방문해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논의했습니다.
그런데 알제리는 '서사하라 영유권' 문제를 두고 모로코와 수십 년 동안 대립해 온 나라입니다.
스페인과 알제리가 협력을 강화하자 모로코가 의도적으로 국경 감시를 느슨하게 했고 그래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어찌됐든 이번 사태로 유럽 정치권은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이 흔들릴 수 있다며 유럽연합 회원국의 반발이 거셉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이민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스페인에 대해 해상과 항공 국경을 한 달 동안 폐쇄한다고 밝혔고 22개의 EU 회원국 역시 국경 통제 강화와 불법 이주민 송환 확대를 놓고 긴급 화상회의 소집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 연합 내부의 이민자 수용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구성 : 소환욱, 편집 : 박서연, 디자인 : 조승현, 도움 : 김채현, 제작 : 지식콘텐츠IP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