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
미국이 일본의 엔화 방어에 동참하면서 유로화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유럽중앙은행(ECB)에 미리 알리지 않고 사후 통보해 ECB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ECB에서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오랜 기간 유지돼온 서방 중앙은행 간 사전협의 관행이 깨졌다는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현지시간 6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미국이 지난달 31일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였다는 사실을 거래가 이미 끝난 뒤에야 통보받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토요일인 지난 1일에야 미국의 이번 외환시장 개입 조치에 관해 통화했습니다.
통상적으로라면 미국이 이런 시장 개입을 할 경우 유로화가 아닌 달러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 측은 예상을 깨고 유로화를 매각했습니다.
미국 측이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매도한 것은 달러를 팔 경우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져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학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동참한 배경으로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이 미 국채를 매도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CB 내부에서는 미국이 이번 거래에서 유로화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서방 통화당국 간 협력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관행을 전례 없이 깨뜨린 행동으로 보고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유럽 정책당국자들 사이의 논의 내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FT에 미 재무부를 대신해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행한 미국의 이번 유로화 매도가 "매우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런 일은 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금융 안정과 경제성장에 기여해 온 서방 중앙은행들 사이의 수십 년에 걸친 긴밀한 협력 관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미 재무부는 외국의 정책당국과 조율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무부 대변인은 FT에 미 재무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사용한 환율안정기금(ESF) 내 준비자산의 배분을 결정할 때 외국 당국과 조율하지 않는다면서 "관련 결정은 재무부가 내리며, 이 과정에서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시장 유동성, 자산가치 평가 및 기타 관련 요인에 대한 판단을 고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