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오늘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적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오는 10월 2일 '수사하는 검사'는 한국에서 없어집니다. 대신 범죄 수사는 사법경찰관(경찰·중대범죄수사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맡게 됩니다. 이 법안을 두고 그간 논란이 컸습니다. 보수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없어지면 국민 권익 보호가 취약해질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안전한 걸까 우려를 안 할 수 없다"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인데, 판단의 근거를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거부권 행사라고 하는 게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서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헌정 질서에 위반된다라고 해야 상대의 권한을 권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게 헌법 학계의 의견이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오늘)이 대통령, 경찰 권한 강화에 "걱정", "우려" 표명
헌법적 판단을 했다는 것인데 그러면서, 이 법안이 "사법 체계 정상화의 단초", "비정상적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긍정적 법안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권한이 온전히 경찰 손에 넘어가는 데 따른 문제의식 역시 재차 드러냈습니다. 걱정한다고 했고, 우려한다고 했습니다. 변호사 시절 검찰은 물론 경찰 수사도 믿기 어려웠다는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고, 한국의 헌정사가 경찰에서 군부, 검찰로 독재의 권력 기반이 바뀌어왔는데 이제 경찰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습니다.
"수사 기소 분리와 보완 수사 문제에 대해서 온 국민들이 갑론을박하면서 걱정이 많지 않습니까? 보완 수사를 허용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만약에 허용 안 한다면 어떤 보완 조치가 필요하냐 가지고 지금 계속 갑론을박인데 어떤 게 절대 진리라고 뭐 단정하기 좀 어렵지만 걱정이 있는 건 사실이란 말이에요."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오늘)정성호 장관, "빛의 속도로 개정…문제점 나오면 신속히 수정"
대통령은 "걱정은 많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 사람이 만든 문제는 사람이 또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검사에게서 일체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일이니, 불안 요소는 앞으로 고쳐 가자는 취지로 들립니다. 형사소송법 주무 부처인 법무부의 정성호 장관 역시, 어제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정 장관은 검찰청 시대 마지막 검사 임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전한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이렇게 빛의 속도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건 처음일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가 우리가 선의를 갖고 설계했지만 또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현장에서 어떻게 제대로 작동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형사사법 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또는 예측은 했으나 예측의 범위를 벗어났던 그런 부작용들이라던가 문제점이 나온다고 하면 신속하게 보완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그런 기대를 얘기한 것입니다. (중략) 형사사법 제도는 국민의 생명, 재산, 안전을 지키는 데 있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서 부작용이 나온다고 하면 피해자들의 피해가 더 악화되는,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고 하면 현장의 실상과 맞지 않는다고 하면 빨리빨리 고쳐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성호 법무장관, 어제 검사 임관식 뒤 발언)형사소송법 개정…여당 전당대회 일정에 영향 받아 입법 가속
정성호 장관은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이 '빛의 속도'로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빛의 속도'가 긍정적 평가일 리는 없습니다. 숙고와 숙의를 거쳐 충실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고, 결국은 부실했다는 평가로 들립니다.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요? 결국은 여당 때문이겠죠. 정확히는 여당의 전당대회 때문일 겁니다. 대통령, 법무장관과 비슷한 인식을 보였던 김민석 전 총리마저 지난달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하는 날, "전당대회 전에 검찰 개혁을 마무리해 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했습니다. 역시 친명계인 송영길 의원도 같은 날 "더 이상 전당대회에서 보완수사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대통령의 고민을 왜곡해 마치 대통령까지 반개혁인 것처럼 공격하는 위험한 일이 없도록 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정청래 의원이 검찰 개혁의 기수를 자처하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외치다 보니, 두 후보는 이 문제가 전당대회 이슈에서 사라지길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 생명, 재산, 안전에 관련된 막중한 법안이 여당의 정치 일정에 영향 받아 처리되다 보니 대통령과 주무 부처 장관마저 걱정과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셈입니다.
그러니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불안과 불만이 가실 리 없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소셜미디어에 '지옥에나 가세요'라는 격정적인 댓글을 올렸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경찰이 무시한 성범죄 증거를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용민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상 옆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유지를 완수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거세게 반박한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도 김 의원 등의 주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 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와 전혀 다르다", "노 대통령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전면 폐지하고 경찰의 독자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해 달라는 경찰의 요구를 질타하기도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권력기관 상호 간의 견제 필요성을 중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정 법률은 만들어졌지만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때문에 민주당도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앞으로 손질해야 할 관련 법령이 170여 건 된다고 합니다. 중수청과 공소청이 10월 2일부터 안정적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오늘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경찰의 권한이 커진 데 따른 공정성 대책을 국무회의에서 보고했습니다. 그간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방안들인데, 그걸로는 경찰의 수사 암장(暗葬)이나 수사 과정의 비위를 제대로 감시 견제할 수 없다는 반론이 불식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형사소송법 개정 내용은 곧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도 오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의 영장 신청'을 규정한 헌법을 근거로 들며 검사의 직접 영장청구권 박탈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국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을지' 같은 국민 기본권 침해를 두고도 헌법소원 등이 제기될 것 같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점 생기면, 정치적 책임 지면 된다?앞으로 두 달가량 뒤면 형사사법 체계에서 한국 사회가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초기 혼란과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최대한 미리 대비하고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허점을 메우고 보완하자는 게, 지금 정부 여당이 국민에게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장윤기 사건 같은 일이 재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경찰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수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어떤 사건의 공소시효가 다 돼서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 같은, 우려했던 일이 발생해도 바뀐 시스템 때문에 근본적 대책을 세우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이 법을 만든 정부 여당의 생각은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인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서도 여당의 정치 일정에 따라 가속 페달을 밟은 결정... 그 정치적 책임을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로 지게 될지, 이재명 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