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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호화 커뮤니티 시설'의 역설…적자에 주민 분쟁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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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최근 아파트 단지 내 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전국적으로 주민 갈등의 중심에 놓이고 있습니다.

수십 년 개발 역사를 거쳐 전체 가구 과반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른바 '아파트 공화국'의 최신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오늘(3일) 지난해 준공된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골프연습장 등 주민편의(커뮤니티) 시설이 지난달 1일부터 약 3주간 운영을 멈췄습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이번 휴관 사태는 관리업체 교체 등 사정과 함께 '운영 적자'라는 구조적 어려움이 맞물려 벌어졌습니다.

이 단지는 전 세대가 시설 기본 이용료로 매월 2만 5천 원씩 냅니다.

여기에 헬스·사우나 등을 허용 횟수 이상으로 쓰거나, 별도 강습 시 개별 사용료가 부과되는 식입니다.

휴관 결정 근거가 된 지난 5월 시설 운영 내역을 보면 주민 기본 이용료로 2천395만 원을 확보했고, 개별 이용료로 4천256만 원을 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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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설 유지비, 강사 등 인건비를 합친 지출이 8천만 원을 넘어서 1천715만 원 적자가 생겼습니다.

결국 이를 보전하는 건 주민들 몫으로 남았습니다.

실제로 관리사무소는 지난달 22일 공지문으로 1만 8천 원씩 추가 분담해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단지 내부 소통 애플리케이션(앱)엔 분담금을 전 세대에 부과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반응과 호화 시설에 끌려 입주를 택했는데 운영이 불안정하다는 불만도 함께 나왔습니다.

한 주민은 운영비 문제가 있더라도 주민이 쓰지 못하도록 한 휴관 조치는 과도하다며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절차적 하자를 따져달라는 민원을 구청에 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커뮤니티 시설 운영을 놓고 주민들 사이 이견을 빚는 건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2022년 준공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아파트 단지도 지난달 28일 체육관, GX룸(요가·댄스 등) 이용료를 추가 부과하는 안건의 주민 투표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지는 전 세대가 시설의 기본 이용료로 매월 1만 5천 원씩 납부해왔습니다.

하지만 냉·난방비 부담으로 하절기·동절기에만 이용자가 개별 요금을 추가로 걷는 방법을 고안해 주민 전체 의견을 묻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입주 시 기본 이용료만 내면 전체 공동 시설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시설이 단계적으로 유료화하는 흐름에 대한 불만입니다.

한 주민은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에 "시설이 점점 애물단지나 계륵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2024년 준공된 부산 동래구 단지도 커뮤니티 시설 적자가 화두로, 주민 온라인 카페엔 관리비가 추가 분담되는 상황을 성토하는 글이 몇 달간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건 치열한 아파트 분양·홍보 경쟁을 거쳐 공동 시설이 대형·고급·다양화하는 주택 시장 흐름과 무관치 않습니다.

일부 단지는 도서관·카페·헬스장 등 시설을 갖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우나나 영화관, 수영장까지 들여와 설비 규모를 '호화' 수준으로 대폭 키웠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 세대로부터 매월 수만 원씩 이용료를 빠짐없이 징수하더라도 충당되지 않을 만큼 운영비가 커진 단지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숭실대 연구진이 서울 강남 3구 1천 세대 이상 단지 12곳을 분석한 결과, 일부는 실내 클라이밍 장·실내 조깅 트랙·볼링장·온실 등 생태학습장·악기 연습실·펫 샤워실 등으로 시설을 다양화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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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계에서는 운영 적자를 면할 방법론에 대한 논문이 나오는 등 커뮤니티 시설의 '경제성'도 화두가 되는 흐름입니다.

지난해 8월 한양대에선 커뮤니티 시설을 지을 때 예상 손익을 분석해 규모를 조정하고, 10년 이상 유지·교체 비용을 고려하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자는 내용의 논문이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커뮤니티 시설 확산을 두고 학계 시각은 엇갈립니다.

오늘날 아파트가 물리적 거주 공간을 넘어 현대인의 일상 속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종합 복지 장소로 진화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아파트 공화국의 '인프라 양극화' 방증이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신축 아파트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도서관이나 놀이터를 확충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는 등 생활 인프라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시대적 상황에 아파트 거주민들이 자체 대응한 게 커뮤니티 시설이라는 분석입니다.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출신으로,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연구해온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60년 넘은 아파트 개발의 역사에서 최근과 같은 고급 커뮤니티 시설 등장의 함의는 그간 기초 생활 인프라가 공공 차원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다는 역설"이라고 짚었습니다.

박 명예교수는 "생활 수준에 대해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충족할 자원을 자체 조달한 건데, 단지 밖엔 인프라가 부족한 골목 동네도 많다"며 "그런 상층 인프라를 계속 누리려면 관리비 등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일부 단지에서 운영 적자가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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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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