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공탁금을 늦게 납부하는 등 의무를 소홀히 한 변호인단이 의뢰인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2부(곽형섭 전서영 양형권 부장판사)는 원고 A씨가 자신의 형사 사건 변호인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씨 청구를 전부 기각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입니다.
2023년 7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로 기소된 A씨는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단의 불성실한 업무 수행으로 인해 재판받을 기회를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청구액은 5천만원이었습니다.
사건은 A씨가 2024년 5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쌍방항소로 2심이 진행되는 중 벌어졌습니다.
변호인단은 A씨 측과 협의해 피해자 합의를 진행해본 뒤 성사되지 않으면 공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탁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것을 말합니다.
또 변호인단은 A씨의 반성문, A씨 부친의 탄원서 등을 묶어 재판부에 의견서로 제출하겠다는 계획도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같은 해 10월 2일인 선고 기일까지 사과문,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고 공탁금도 선고 이틀 전에야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는 결국 2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판결 이유에는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의 합의 등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불리한 사정으로 기재됐습니다.
1심은 피고들이 평균적인 변호사에 비춰 그 소송수행에 통상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거나 이들의 잘못과 A씨 항소심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A씨가 항소이유서 및 최후진술에서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범행을 인정하는 점은 양형에 이미 반영됐고, 공탁 사실만으로 양형 조건이 변경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들이 변호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A씨가 양형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을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고 봤습니다.
A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을 수 있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변호인단의 채무불이행으로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선고 전날이 임시공휴일이었던만큼 A씨의 항소심 재판부가 공탁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선고를 내렸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피고들(A씨 변호인들)이 적절한 시기에 공탁함으로써 공탁 사실이 반영된 양형 판단을 받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에 임박해 공탁을 진행했어야 할 별다른 사정이 없어 보이는 점,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연기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공탁을 미룬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형사공탁을 늦게 한 데 대한 피고들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