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코에서 세우타 진입을 시도하는 이주민들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로 수만 명이 밀려 들어오는 국경 위기가 빚어져 스페인 정부가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31일(현지시간) 세우타를 방문해 "이는 공격이자 스페인의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하고 세우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AFP·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이주민 서류 심사와 무자격 이주민의 신속한 추방을 위해 세우타에 임시 접수 센터를 설치하고, 월경 방지를 위해 해안에 국경임을 식별할 수 있는 해상 경계용 부표를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지 경찰과 국경수비대가 이주민들의 퇴거 및 모로코 송환을 안내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동시에 필요한 공식 추방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이미 많은 이주민이 떠나고 있다"며 모로코 당국이 송환 계획에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체스 정부는 유럽연합(EU) 다른 국가보다 관대한 이민 정책을 펼쳐 왔으나 한꺼번에 수만 명이 무단 입국하는 이번 위기로 국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세우타 특별자치시 후안 헤수스 비바스 수반은 만 하루 동안 넘어온 이주민 수는 6만명,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34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시 측이 추산한 이주민 수는 이 도시의 인구(8만 5천 명)의 70%가 넘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이주민 수를 시 당국 추산보다 적은 5만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헤수스 비바스 수반은 "세우타 상황은 절대로 지속 불가능하다"며 위기 상황임을 호소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 쪽에서 시신이 수습된 사망자 수가 57명으로 늘어났다면서, 모로코 쪽에서 사상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는 바다에 빠져 숨졌고, 방파제와 철책에 인파가 몰려 혼란한 상황에서 사망한 사람들도 있다고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모로코 보안 당국은 이날 세우타로 향하려는 군중에 물대포와 곤봉, 최루가스로 대응하며 진입을 막았습니다.
군중과 충돌이 벌어진 곳 인근에는 불에 탄 차량 여러 대가 보였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스페인 내무부는 무단 입국자 약 4만 8천300명이 세우타에서 모로코로 '자발적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스페인 법원 판결이 지목됩니다.
스페인 대법원은 최근 해상으로 도착하는 이주민을 즉각 추방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이주민 불법 입국 중개업자들이 법원 결정을 잘못 해석했다면서 "이러한 오독이 몇 시간 만에 인신매매 조직망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 대규모 유입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스페인 국내는 물론이고,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규정한 솅겐 조약으로 묶여 있는 유럽연합(EU)에서도 산체스 정부에 즉각적인 상황 통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스페인과의 해상 및 항공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EU 솅겐 조약을 스페인에 대해서만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양국을 오가는 항공기와 선박 이용객들은 더 강화된 출입국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는 스페인 국경 검문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세우타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는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린 그 누구도 우리 규칙을 준수하지 않고 우리 연합에 들어오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EU 외부 경계 보호는 불법 이민 근절에 중대한 일"이라며 "스페인은 세우타 상황에 대한 통제를 가능한 한 빨리 되돌려놓기를 원하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스페인 정부에 "상황 통제를 회복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