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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면접'에 특혜 없었다는데…예고된 실패 [이브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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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 지휘를 받은 군대는 결국

'토목의 변', 여진족의 금나라에게 수도를 점령당하고 휘종과 흠종 두 황제까지 잡혀갔던 북송 시절 '정강의 변'과 함께 중국이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역사적 참사입니다. 명나라 6대 황제인 정통제가 몽골의 일족인 오이라트부와의 전쟁에서 참패했을 뿐 아니라 자신은 포로가 됐습니다. 중국 역사상 황제가 전장에서 포로가 된 유일무이한 사례입니다. 최정예인 경군(우리의 수도방위사단)을 포함해 자칭 50만 대군을 투입했는데도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따져보면 몽골군이 잘 싸운 게 아닙니다. 명군이 자멸했습니다. 군사적 절차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전략·전술에 무지한 환관에게 군대의 지휘를 맡겼다가 화를 자초했습니다.

북방 오이라트부가 침입하자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환관 왕진은 군사 경험이 전혀 없는 황제를 부추겨 50만 대군을 친히 통솔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의 지휘권은 왕진 자신과 친한 환관 등 비전문가들이 행사했습니다. 군사 전문가나 장수들의 전술적 조언은 모두 외면당했습니다. 전략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자행됐습니다. 왕진이 자신의 고향에 들러 세를 과시하려고 군대의 이동 경로를 임의로 변경한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군량 보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고 군사들은 무리한 행군으로 피로에 지쳐갔습니다. 결국 토목보라는 불리한 지형에 고립된 채 오이라트군의 기습 공격을 받았습니다. 명군은 궤멸 당하고 정통제는 포로가 되는 중국 역사상 최대의 치욕을 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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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빵집 면접'으로 선임하고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청문회가 어제(30일) 열렸습니다. 정몽규 전 축구협회 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 등이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받았습니다. 쟁점은 역시 홍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이 적법, 적절했는지에 모아졌습니다.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하자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추천과 협상 권한을 넘겨받아 최종 결정을 내린 과정이 적법했냐 따졌습니다. 축구협회 정관상 국가대표 감독 추천은 전력강화위원회의 공식 절차와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전 이사가 임의로 전권을 위임 받아 진행한 게 정관 위반이자 불법 절차라는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달리 홍 감독은 불공정한 절차 속에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다른 후보자들은 사전에 자료를 제출하고 PPT 발표와 정식 면접 절차를 거쳐야 했던 반면 홍 감독은 이 전 이사가 밤늦게 직접 찾아갔던 이른바 '빵집 면접'으로 가름한 데 대해 '맞춤형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 쏘아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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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몽규 전 회장은 "특혜는 없었다.", "(자신과 학연이 있는) 고려대 출신을 특별히 발탁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홍 전 감독 역시 "국민들께서 제가 집 앞에서 (면접을 위해) 만난 것에 대해 불투명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특혜나 이익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하지만 정몽규 전 회장은 이임생 전 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한 행위가 협회 정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 규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홍 전 감독도 '특혜나 이익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다른 후보들에게 적용된 검증 시스템과 평가 방식을 자신만 피해 간 것 자체가 특혜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해명하지 못했습니다. 홍 전 감독은 2017년 축구협회의 전무이사로 활동한 바 있는 만큼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밤 중 '빵집 면접'을 하면서 "축구협회가 모든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하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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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 절차 무시로 실패는 이미 정해져

과거 명나라 '토목의 변'과 이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선임 과정을 맞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홍명보 전 감독은 축구 문외한이 아닙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 선수이자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어낸 국가대표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로 논란이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이번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다만 어제 청문회 사태까지 부른 것은 홍 전 감독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홍 전 감독을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억지로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택한 과정입니다. 부적절한 과정 자체가 확실한 실패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① 정당성 및 감독 권위 부재로 인한 결속력 약화

감독의 리더십은 공정한 절차와 내부적 승인, 그리고 팬과 여론의 신뢰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 마비, 특혜 논란 등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채 감독직에 오르면서 권위와 신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시작부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내부적 중지가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된 선임은 위기 상황에서 팀을 하나로 묶어줄 중심축의 약화를 가져왔습니다.

② 외부 논란 지속으로 인한 선수단 심리적 압박

선수단은 본선 준비라는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 채 축구계 안팎의 극심한 갈등에 노출됐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경기에 대한 집중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선임 과정에 대한 국회 청문회, 팬들의 항의 등 끊이지 않는 논란은 선수단 전체에 정서적 불확실성을 가져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기 저하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응원 받지 못하는 대표팀'이라는 심리적 부하가 심화돼 본선 무대에서의 중압감을 극복하는 데 장애 요소가 됐습니다.

③ 전술적 수용성과 완성도 저해

정당성이 부족한 지도체제에서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원활한 소통과 유기적 변화는 어렵습니다. 팬들과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내놓는 의구심 속에서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기보다는 여론 무마를 위한 대응에 급급했고 결과적으로 팀 고유의 색깔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는 본선 무대에서의 위기 대처 능력 부실로 나타났습니다. 조별리그 1차 체코전 승리 이후 멕시코와 남아공을 상대로 보여준 유연하지 못한 전술적 대응력과 작전의 한계 역시 그 뿌리는 부적절한 감독 선임 과정에 있습니다.

④ 위기 관리 실패 및 책임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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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없는 행정으로 구축된 시스템은 본선과 같은 초고강도 경쟁에서 허점을 노출합니다. 내적인 갈등과 의견 충돌을 중재하고 복구할 힘이 없습니다. 메우지 못한 미세한 균열들은 강한 부하가 걸리는 경기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파열을 야기합니다. 경기력이 흔들리는 순간 이를 다잡아줄 시스템적 자산이나 비판을 견뎌낼 튼튼한 방파제가 없었기에 한 번 꺾인 흐름을 다시 반전시키지 못했습니다. 특유의 끈끈한 팀 컬러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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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청문회에서 나온 한 국회의원의 질문이 언론의 지적과 축구팬들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경기에서 왜 졌습니까?" 물론 우문입니다만 현답은 있습니다. 첫 단추인 '국가대표 감독 선임 절차'를 잘못 뀄기 때문입니다. 호통과 책임 회피로 점철된 하나마나 한 청문회 없이도 우리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여하히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결국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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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욱 논설위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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