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린 29일 인천시 제물포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80대 조 모 씨 부부는 낮 최고 기온 32도인 날씨에 5평 남짓한 공간에서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더위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작은 출입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으나 쪽방 안에는 따로 창문이 나지 않아 바람이 통하지는 않았습니다.
남편인 조 씨는 치아가 성치 않아 죽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데다, 거동도 불편한 탓에 꼼짝 없이 집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방 한편에는 벽걸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지만, 전기세 걱정에 올여름 한 번도 전원을 켜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조 씨는 "평소에는 전기세(전기요금)가 6만∼7만 원씩 나오는데 에어컨을 조금만 틀어도 10만 원 이상 나온다"며 "20년 된 에어컨이라 켜기 겁난다"고 말했습니다.
거리를 전전하다가 지난해 4월부터 쪽방촌에 정착한 이 모(57·남) 씨는 집에서 웃옷을 벗어 던진 채로 열기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며 "철판이 외벽으로 처져 있어 방 안이 '철판구이'가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 모(86·여) 씨도 실내 온도가 29도를 가리키는 상황에서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습니다.
쪽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커지면서 냉방기 보급률이 높아지고 전기세 지원도 확대됐지만,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경우는 여전히 많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집 안에 화장실을 갖추지 못한 세대가 많다 보니 움직임에 제약이 많은 여름철일수록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일부 주민은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모기떼와 불현듯 출몰하는 쥐의 존재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인근 경로당에서는 노인 7∼8명이 일찌감치 더위를 피해 휴식 중이었습니다.
이들은 "아침에 경로당에 모여 있다가 해가 질 무렵 돌아가는 게 일상"이라며 "집에 가도 에어컨 사용은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쪽방촌의 여름은 정주 여건상 취약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천쪽방상담소 직원들의 업무도 바빠지는 시기입니다.
강렬한 햇볕에 괭이부리말 쪽방촌 거리가 열기로 가득 차면서 집집마다 안부를 살피던 직원들은 금세 땀으로 뒤덮였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여의찮은 형편에도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아낌 없이 비타민 음료를 내줬고, 직원들의 주머니는 금세 불룩해졌습니다.
이들은 일상적으로 폭염 지원 물품 전달, 어르신 안부 확인은 물론 거주 환경 개선을 위한 도배·장판 교체 등도 도맡고 있습니다.
최일선에서 쪽방 주민들을 돌보는 직원들의 근로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이들은 제물포구 전역과 계양구 쪽방 세대를 관리하고 있지만, 지원품 운반 수단은 주행거리 15만㎞가 넘은 낡은 승합차에 1대에 불과합니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인 만석동 쪽방촌 일대에는 현재 2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인천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제물포구 198세대(254명), 계양구 67세대(67명) 등 총 265세대(321명)가 쪽방 생활자로 분류됩니다.
인천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쪽방촌에는 고령층이 많고 대부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응급 관리 체계를 유지하며 폭염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