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료원 간호사 태움 기자회견
"지금 일도 힘든데 한참 어린 딸 같은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짜증 나요."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는 A 간호사는 잦은 야근과 과중한 업무 외에도 직장 상사 B 씨로부터 이런 내용의 질책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간호사들 사이 선배의 괴롭힘을 의미하는 이른바 '태움' 악습으로 2019년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고(故) 서지윤 간호사가 숨진 이후에도 같은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오늘(28일)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 간호사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A 간호사는 지난해 4월부터 인력 부족에 따른 과도한 업무뿐만 아니라 B 씨로부터 화풀이성 질책을 당했습니다.
A 간호사는 여러 차례 야근했지만 초과 근무로 인정받지 못해 수당을 받지도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휴가를 사용할 때도 질책을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을 제기하고, 이번 달 2일 서울의료원장에게 인력 부족 및 괴롭힘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AI가 도입되면 행정 효율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A 간호사는 이날 대독 입장문을 통해 "새벽이든 주말이든 시간 내서 일했는데 가해자는 모든 책임을 제게 돌렸다"며 "'태도를 바꿔야 한다', '잘하면 된다'고 말할 뿐 업무량 고려나 현실적인 개선 조치는 없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이 병원에 와서 '태움'의 정의를 알게 됐다"며 "한 번의 큰 폭언보다도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질책이 심리적 고통을 심화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 간호사가 떠난 후에도 가해자는 남고 피해자는 떠나는 구조 속에서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의 구조적 괴롭힘이 반복되고 있다"며 "법과 제도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현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조는 서울의료원에 A 간호사 보호 및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에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태움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의료원은 2019년 서 간호사가 숨진 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표준 매뉴얼 개발,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 '간호사 지원전담팀' 운영 등 5대 혁신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