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LIG D&A 구미하우스에서 열린 LIG D&A 창립 50주년 행사
K-방산의 대표 중 하나인 LIG D&A가 방산비리 의혹에 엮였습니다. 이미 방사청 직원 한 명은 수억 원 뇌물 챙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뇌물의 출처로 LIG D&A의 고위 임원 두 명을 조준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LIG D&A 측에서 방사청 직원에게 뇌물 건너간 것이 입증되면 LIG D&A는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K-방산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겉으로 비쳐지던 와중에 속으로는 대형 방산비리가 움텄던 것 같습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실패로 K-방산의 승승장구는 외화내빈이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LIG D&A-방사청 사건의 양상을 보건대 안으로 곪는 증상은 제대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LIG D&A가 사활을 건다는 사업의 평가자 후보군을 불러 해당 사업 관련 대형 행사를 벌였습니다.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가 한창 벌어지는 중에 버젓이 비리 비슷한 불공정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합니다. 곪는 증상이 제대로라는 것입니다. 이래저래 K-방산이 어수선합니다.
LIG D&A 연전연승 이면에 방산비리?LIG D&A와 방사청의 비리 의혹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들을 간추리면 방사청 직원 A 씨는 2021~2023년 LIG D&A 측으로부터 4.6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됐습니다. A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LIG D&A의 고위 임원 B 씨와 C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증거가 충분히 수집됐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합니다.
LIG D&A 측은 "LIG D&A 규모의 기업이 어떻게 방사청 직원에게 수억대 뇌물을 줄 수 있겠나"며 "경쟁사의 음해"라고 남탓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은 기자에게 "방사청 직원과 친인척 관계의 인물이 운영하는 LIG D&A의 협력업체가 뇌물 전달의 통로로 짚인다"며 "해당 친인척의 계좌를 통해 뇌물이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구체적으로 사건을 설명했습니다. 다른 소식통은 "검찰이 확보한 뇌물 전달의 증거는 검찰이 확보한 LIG D&A 두 임원의 메신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방산비리에서 보기 어려웠던 방산업체 고위급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뇌물의 대가로는 두 가지 사업의 수주가 꼽히고 있습니다. 전자전기 개발 사업과 장보고-II 잠수함의 전술데이터링크체계 Link-22 개발 사업입니다. 검찰은 전자전기 핵심기술 연구 단계에서부터 최종 기체 개발 단계까지 방사청 담당자가 LIG D&A에 각종 편의를 봐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보고-II Link-22 사업도 방사청 측이 LIG D&A 측에 사업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전달하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등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LIG D&A는 국내 사업에서 연전연승했습니다. 예닐곱 차례 입찰에서 불패의 신화를 썼습니다. 일단 그 가운데 두 가지 사업이 방산비리 후보로 올랐습니다. 수사와 재판의 향배에 따라 해당 사업 자격의 상실이나 크게는 3년 간 정부 사업 참여 금지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리로 연전연승했다는 치욕, 방산비리 회사라는 오명도 감수해야 합니다. LIG D&A 입장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장거리 공대공 사업 평가자들 불러 행사방산비리 의혹 수사의 한복판에 들어선 LIG D&A는 어느 때보다 자중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눈을 닦고 들여다 볼 만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LIG D&A가 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스코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항공유도무기·항공전자 발전 세미나입니다. 박태식 LIG D&A 미사일시스템사업부문장을 비롯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공군 등 민관군 방산 전문가 약 350명이 참석했습니다.
방산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이날 LIG D&A가 발표한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성공 전략'입니다. 올해 안에 사업 공고가 뜬다는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에 LIG D&A가 어떤 전략으로 도전할지에 대한 상세한 보고입니다. 장거리 공대공에 사운이 걸렸다고 공언할 정도의 LIG D&A가 장거리 공대공 사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국방부, 방사청, 공군 인사들을 불러 밥 먹이고 기념품 보따리 안기면서 LIG D&A의 장거리 공대공 사업 전략을 어필한 것입니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방산 전문가 K 씨는 "겁 없이 부른 쪽이나 쪼르르 달려간 쪽이나 생각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쓴소리 했습니다. 방산업계의 J 씨는 "향응과 선물이 오가는 훈훈한 분위기의 조용한 장소에서 선수와 심판이 임박한 빅 게임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서 방산비리의 서막을 보는 듯 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행사 참석한 국방부, 공군, 방사청의 당국자들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의 모든 과정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질타가 한편에서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을 빼면 사업 굴러가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한탄도 들립니다.
회사 전체를 휘청이게 할 수도 있는 검찰 수사의 족쇄가 빠르게 조여지는 순간에 구설을 무릅쓰고 행사를 개최한 LIG D&A의 태도는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LIG D&A가 잠시잠깐 방산 호황에 눈 멀고 기고만장해져서 기강과 긴장이 풀렸을지도 모릅니다. K-방산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와 같기는 한데 LIG D&A는 좀 심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