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울산의 한 공사 현장에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흙더미에 깔려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9조 원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 공사 현장이었지만, 정작 사고를 막을 흙막이조차 하나 없었습니다.
권민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형광색 조끼를 입은 작업자들이 다급히 움직이고, 몇 명은 손과 삽으로 쉴 새 없이 흙을 파냅니다.
지난 6월 울산 온산읍 에스오일 석유화학단지 조성 공사 현장에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 정 모 씨가 흙더미에 깔린 직후 상황입니다.
당시 새벽까지 내린 비로 물러진 토사가 임시로 만든 교량 아래 경사면에서 굴착 작업에 나섰던 정 씨를 덮친 겁니다.
[사고 목격자 : 한 7~8명이 와서 치우는데 안 치워지는 거예요. 너무 무거워서. 결국에는 땅을 파서 끄집어냈는데…]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정 씨는 결국 숨졌습니다.
그런데 SBS가 확보한 사고 직후 영상엔 쏟아지는 토사를 막아줄 흙막이 시설이 보이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굴착 작업을 할 때 경사면의 적정 기울기를 확보하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곳에는 흙막이를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흙막이 시설은 없었고 사고 현장은 기울기 안전 기준을 넘어선 급경사였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3년 전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제외교 성과로 내세운 샤힌 프로젝트 현장이었습니다.
샤힌 프로젝트는 88만 제곱미터 부지에 무려 9조 3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샤힌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된 2024년에는 53건, 지난해 170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올해는 두 명이 목숨을 잃는 등 상반기에만 발생한 산업재해가 127건입니다.
[사고 목격자 : 작은 사고들이 점점 큰 사고를 만드는데 계속 예견된 사고이지 않나.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사고들은 (없는 거 같아요.)]
[김소희/국민의힘 의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을 강화하는 데만 치중을 하다 보니까. 기업이 보다 안전에 투자를 강화하는 쪽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입장을 묻는 SBS에 에스오일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경찰과 노동부 조사에 협조 중이며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영환, 영상편집 : 소지혜, 디자인 : 조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