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된 태아를 낙태 수술로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과 집도의 등이 항소심에서 감형 받고, 산모는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오늘(23일) 살인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80대 병원장 윤 모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과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집도의 심 모 씨는 징역 4년에서 2년 6개월로 감형받았고,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산모 권 모 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산모 권 씨가 수술 당시 아이가 사산되어 나올 것이라는 브로커의 말을 믿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 태아가 모체 밖으로 배출된 뒤 인위적으로 살해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자연분만이 가능한 상태의 건강한 태아를 숨지게 한 의료진의 책임은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병원장 윤 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집도의 심 씨가 구체적인 살해 행위 자체에는 가담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낮췄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24년 권씨가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낙태 후기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영상이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2024년 7월 권씨와 의사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윤씨와 심씨는 2024년 6월 임신 34~36주차인 산모 유튜버 권씨에 대해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태아를 출산한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윤씨는 권씨의 진료기록부에 건강 상태를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허위 기재하고,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수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태아의 사산 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윤씨는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입원실 3개와 수술실 1개를 운영하며 낙태 환자들만 입원시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심씨는 건당 수십만원 사례를 받고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 김민정, 영상편집: 안준혁, 디자인: 양혜민, 제작: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