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마약과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2만 3천 명, 온라인 거래도 역대 최고, 해외에서 적발된 밀수량도 역대 최고였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잡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통계 하나를 보면 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뀝니다. 마약사범 재범률 56.5%. 쉽게 말하면, 열 명 잡으면 여섯 명 가까이가 다시 마약을 한다는 뜻입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야기 먼저 들려드리겠습니다.
1. 교도소 나오자마자 '출소뽕'
의류 디자이너였던 한 3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친구들과 클럽에 가서 엑스터시를 했다가 적발됐고, 10개월 동안 구치소 생활을 했습니다. 당연히 생각했죠. "이번 일만 끝나면 절대 안 한다" 그런데 현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구치소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마약을 끊으려고 온 사람들이 아니었던 겁니다.
[A 씨/마약 투약 후 구치소 수감 : 나가서 뭐(약) 하자 뭐 여기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정보 공유 그런 것도 막 얘기하고.]
마약을 했을 때 느낌을 무용담처럼 자랑하기도 하고, 출소하자마자 약에 손을 대는 일도 많았습니다.
[A 씨/마약 투약 후 구치소 수감 : 실제 제가 그 안에서 본 케이스는 나가기 일주일 전에 그 안에서 어떤 정보를 정보를 받고 나가서 그 정보대로 구매를 하고 나간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들어오신 분도 본 적 있어요.]
원래는 초범과 재범, 투약자와 판매자를 분리 수용하도록 내부 지침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교정시설이 너무 과밀하다 보니
같이 생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출소하자마자 기념으로 이른바, '출소뽕'을 하는 게 가능한 겁니다. 마약을 끊겠다고 들어갔는데 오히려 새로운 거래처를 알게 되는 구조, 과연 약물 문제를 끊을 수 있을까요?
2. '교도소에서 출소하면 끝. 병원 퇴원하면 끝'
출소뽕이 가능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요? 출소 이후에 관리의 공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자진해서 어떤 재활시설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약물 중독이라는 질병을 가진 채 방치되는 거죠. '출소뽕'을 하게 되더라도 사법 체계에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겁니다. 교도소는 출소하면 끝, 병원에 들어가도 퇴원하면 끝인 겁니다. 현재 체계는 형사 처벌-교도소 수감-병원 재활-식약처 운영의 함께한걸음센터의 연계 운영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이사이 약물의 유혹에 자꾸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와 식약처 등이 교육을 진행하는 함께한걸음센터가 이런 관리를 연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긴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처벌과 단속도 중요하지만 치료와 재활로 마약 문제 관리의 축을 옮겨서 관리의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3. 국가 운영 중독자재활시설은 0개?
마약을 끊는 것만으로는 사회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미래 설계도 다시 해야 하고, 직업 재활을 통해 다시 약에 손을 댈 필요가 없도록 직업을 다시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 재활이 이뤄지는 생활형 재활시설이 필요합니다. 형사 처벌 이후에 사회로 다시 이어질 수 있는, 회복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시설들이 필요한 겁니다. 알코올 중독으론 감옥에 가지 않지만, 약물 중독으론 감옥에 갑니다. 그런데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복지부 운영의 중독자재활시설은 4곳이 있는데 말이죠. 약물 중독이었던 사람들이 주거하면서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국가가 운영하는 '중독자재활시설'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8시 뉴스에서 소개해드린
인천 다르크는 민간 공동생활체이고, 이런 민간 마약 재활시설도 인천과 김해 두 군데만 남은 실정입니다. 교육환경법에 따라 '중독자 재활 시설'은 학교 200m 이내에 설치할 수 없는 탓에 지역사회에 시설을 추가로 짓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인천 다르크도 '공동생활 시설'로 등록해 운영 중이라 중독자 재활 시설로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4. 해외는?
미국도 한때는 우리처럼 처벌만 강화했지만 재범률이 계속 높아지자 1989년부터 '약물법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었고 현재 4천여 곳이 있습니다. 마약사범에게 무조건 형을 집행하는 대신 치료를 받게 하고, 판사가 직접 치료 과정을 확인합니다.
[스티븐 오닐/판사 : 규칙에 따라 (소변검사를) 또 건너뛰면 곧장 기소할 겁니다.]
[피의자 : 네, 판사님. 감사합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프로그램을 끝낸 사람들의 재범률이 약 세 배 낮아졌습니다. 호주도 비슷했습니다. 치료를 끝낸 사람과 중도 포기한 사람의 재범률 차이가 두 배 이상 났습니다.
5. "중독의 반대말은 관계"
서울 은평병원에는 새로운 시설이 생겼습니다. 치료와 재활을 연계하는 마약관리센터입니다. 여기서 일하는 회복지원가 한 분은 과거 필로폰과 대마초 중독자였는데, 인천 다르크에서 3년 6개월 동안 재활을 거쳐 다른 중독자들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됐습니다.
[이동재 / 회복지원가 : 회복을 하면서는 이제 좀 건강한 새로운 관계들로 채워 나갔던 것 같습니다. 중독의 반대말은 관계인 것 같습니다.]
6. 교도소, '출소뽕' 배우는 곳이 아니라 '재활'의 시작점 돼야
청주여자교도소에서는 '회복이음 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업 과정을 직접 지켜봤는데 약물 충동을 조절하는 법도 배우고, 집단 상담도 하고 미래도 설계하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B 씨 / 회복 이음 과정 참여자 : 나 스스로를 찾아가는 그런 내면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일단 접근을 하다 보니까 이게 사실은 초반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B씨는 이제 자신처럼 약물 중독에 빠졌던 이들을 돕고 싶단 꿈도 생겼습니다.
[B 씨 / 회복 이음 과정 참여자 : 사실은 약물 문제의 끝은 교도소 정신병원 혹은 죽음이에요. 저는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전 죽고 싶지 않았어요.]
또 회복 이음 과정에 참여하는 수용자들은 '회복이음거실'에서 따로 지냅니다.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응원도 해주는 거죠. 회복 이음 과정의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친 사람들은 물질의존도가 27% 감소했고, 단약 의지는 38%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일반 수용자의 경우 물질의존도는 되려 높아졌고, 단약 의지도 낮아졌습니다.
[전병미 / 마약사범재활과 교도관 : 교도소에서 그냥 있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하고. 무슨 자극이 있어서 아 나 회복해야 되겠어 나 이 중독에서 벗어나겠어라고 할 수가 없죠.]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올해 전국 목표 인원이 230명. 지난해 교도소에 수용된 마약 투약사범의 8%에 불과합니다.
[전병미 / 마약사범재활과 교도관 : 회복 이음 과정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되고 더 많은 교도소에서 제가 원하는 거는 회복 이음 과정을 만약에 교도소마다 마약 사범 재활과가 있다면 거기마다 다 했으면 좋겠어요.]
교도소가 '출소뽕'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중독 재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변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마약을 강하게 단속할 겁니다. 그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취재를 하면서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마약과의 싸움은 검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회복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끝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몇 명을 잡았는가"보다 "몇 명이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왔는가." 이 질문을 함께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취재 : 이세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최대웅, 영상편집 : 안준혁, 디자인 : 양혜민, 화면제공 : 서울경찰청,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