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봉쇄를 경고하면서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사우디산 원유를 반대편 수에즈 운하로 들여오는 대체 항로로 어쩔 수 없이 몰려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정유업체들은 사우디 홍해 연안의 얀부항에서 출발한 원유를 북쪽으로 운송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뒤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로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얀부항에서 홍해를 남하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뒤 아라비아해로 진입하는 기존 항로와 반대 방향으로, 크게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입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까지 예고하면서 정유업체들이 대체 원유를 확보하거나 새로운 운송 경로를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겁니다.
한국 정유사 현대오일뱅크도 이날 얀부항에서 원유를 싣고 한국으로 향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운업계 소식통은 현대오일뱅크가 수에즈 운하와 홍해·지중해를 연결하는 이집트 수메드 송유관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포함해 선박을 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원유를 가득 실은 VLCC는 흘수(draft·물속에 잠긴 선체의 깊이) 제한 때문에 수에즈운하를 그대로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홍해 쪽에서 원유 일부를 내려 수메드 송유관을 통해 지중해 쪽으로 보내고, 적재량을 줄인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뒤 지중해에서 해당 원유를 다시 싣는 방식이 활용됩니다.
금융정보업체 LSEG와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얀부항에서 인도 서해안으로 향하던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 로도스호도 서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수에즈 운하를 목적지로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석가들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우회하는 항로를 택할 경우 기간이 최대 4주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항해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임과 연료비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맷 스미스 케이플러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유조선들의 운항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선사들이 후티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한 사우디의 원유와 석유제품 물량이 하루 400만 배럴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후티의 운항 방해가 사우디에 특히 어려운 시점에 불거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