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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사이트] "그만 좀 훔쳐가!" 폭발해버린 클로드…"또 중국" 미국 뒤집은 '증류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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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증시 뒤집어 놓은 중국 AI

지난주 금요일 미국 나스닥과 엔비디아, 인텔 등 주요 반도체주가 무섭게 하락했습니다. 일본과 타이완 기술주도 동반 급락했습니다. 여러 악재가 겹친 하락이었지만, 직전 공개된 중국 문샷AI의 오픈웨이트 모델 'Kimi K3'가 투매에 기름을 부은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Kimi K3는 2조 8천억 개의 매개변수와 100만 토큰의 처리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 AI 모델입니다.

장시간 이어지는 코딩과 복잡한 업무에 강점을 보이는데, 독립 평가기관 Vals AI의 종합평가에서 37개 모델 가운데 2위에 올랐습니다. 1위인 앤스로픽 최신 모델과의 격차는 단 0.4점. 문샷 스스로 "전반적인 성능은 아직 최상위 모델에 못 미친다"고 인정했지만, 프론트엔드 코딩 리더보드에서는 미국 최신 모델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가격이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요. 100만 토큰당 입력 3달러, 출력 15달러. 공시 가격 기준으로 GPT-5.6 Sol보다 40~50%, 앤트로픽 페이블5보다 약 70% 저렴합니다. 문샷AI는 이달 말 모델의 가중치도 공개해, 충분한 장비를 갖춘 기업과 정부가 자체 서버에 설치하고 용도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최상위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사이, 중국은 성능 격차가 크지 않으면서 훨씬 저렴한 대안을 내놓는 데 성공한 겁니다. 그동안 미국 반도체주는 AI 개발에 막대한 첨단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기대 위에서 상승해왔습니다. 하지만 비용 효율적인 Kimi K3가 등장하면서, 시장은 미국의 천문학적인 AI 투자비가 정말 그만큼의 수익으로 돌아올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Kimi K3가 과열 논란에 휩싸인 AI 시장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버린 겁니다.

<2> 중국은 어떻게 여기까지 추격했을까?

지난 5월 문샷AI가 조달한 자금은 약 20억 달러. 같은 달 앤트로픽이 유치한 650억 달러의 약 30분의 1입니다. 규모가 작은 중국 스타트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미국과 성능 격차를 좁히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지난해 딥시크 R1이 '딥시크 쇼크'를 일으킨 데 이어, 최근 즈푸AI의 GLM-5.2도 코딩과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미국 모델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중국 오픈소스 생태계를 연구하는 스탠퍼드대 그레이엄 웹스터 교수는 미중 최상위 모델의 격차 추정치가 "6개월 안팎으로 모이고 있다"며 "대단한 리드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기술 질주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반도체 봉쇄가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에 극단적인 연산 효율화를 강제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Kimi K3가 896개의 전문 영역 가운데 질문 처리에 필요한 16개만 작동시켜 연산량과 전력 소비를 줄인 게 그 예라는 겁니다. 여기에 공개된 기술을 서로 활용하는 생태계, 중국 정부와 대형 기술기업의 지원이 추격 속도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또 다른 지름길이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의 답변을 대량으로 빼내 자신들의 모델에 학습 시켰다는 '적대적 증류'입니다. 증류는 뛰어난 대형 모델을 '선생님' 삼아 그 답변을 다른 모델에 반복 학습 시키는 방식입니다. 미국 모델에 수 백만 개의 문제를 풀게 한 뒤, 그 질문과 답변을 중국 모델의 교재로 쓰는 겁니다. 선생님의 기술 전체를 복사하는 건 아니지만,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들어간 문제 해결 방식과 표현 패턴을 압축해 배울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앤트로픽은 이 의혹을 실명과 숫자로 공개했습니다. 딥시크와 문샷AI, 미니맥스가 약 2만 4천 개의 허위 계정을 동원해 클로드와 1,600만 회 넘게 문답을 주고받으며 능력을 빼갔다는 겁니다. 미니맥스가 1,300만 회로 가장 많았고, 문샷AI가 340만 회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에 세계를 놀라게 한 Kimi K3를 만든 바로 그 회사입니다.

앤트로픽이 지목한 문샷의 표적은 에이전트 추론과 도구 사용, 코딩, 컴퓨터 조작 능력. 공교롭게도 K3가 내세우는 강점과 상당 부분 겹치는 대목입니다. 수법도 치밀했습니다. 한 중계망은 2만 개가 넘는 계정을 동시에 굴리며 훔치는 트래픽을 정상 이용자 트래픽에 섞어 추적을 피했습니다. 앤트로픽은 딥시크 계정들의 경우 특정 연구원까지 추적해냈다며, 반체제 인사나 당 지도자 관련 민감 질문을 회피하는 답변을 뽑아 간 정황, 즉 검열 학습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같은 달 오픈AI도 딥시크가 자사 모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미 의회에 경고했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지난주 에스펀 안보포럼 무대에 직접 올랐습니다.

[타룬 차브라 / 앤트로픽 국가안보 총괄 : 모델 증류 문제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것이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좁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희는 이런 증류를 돕는 계정들을 매주 수백만 개 규모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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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브라 총괄은 미국의 AI 우위가 현재 6~9개월인데, 증류가 없었다면 1년에서 18개월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훔친 답안지가 격차의 절반을 지워버렸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무대에 있던 뉴스코프 CEO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로버트 톰슨 / 뉴스코프 CEO : ‘증류’라는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남의 것을 훔친다’는 말과 동의어가 됐다는 게 참 흥미롭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증류라고 하면 버번위스키나 보드카를 만드는 걸 뜻했는데 말이죠.]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증류가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메모를 냈고, 제재 목록 등재와 정부 조달 배제 같은 대응 수단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내에서 심각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백악관도 인정한 상황.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 (지난 24일) :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문제는 국가안보뿐 아니라 미국이 AI 분야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하는 데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앤트로픽은 더 근본적인 경고도 내놨습니다. 훔쳐 배운 모델에는 원본의 안전장치가 없고, 그런 모델이 오픈소스로 풀리면 어떤 정부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3> 중국의 'AI 일대일로'

이렇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기술 격차를 바짝 좁힌 중국, 이제 세계 AI 시장의 주도권을 노립니다. 중국이 발신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미국은 기술을 통제하지만, 중국은 더 많은 나라에 AI의 문을 열겠다"는 겁니다.

[시진핑 / 중국 국가주석 (지난 17일,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 : 인공지능 발전은 특정 국가의 독주곡이 되어서는 안 되며 글로벌 협력의 교향곡이 되어야 합니다.]

말만이 아닙니다. 연설을 전후해 러시아, 파키스탄 등 29개국이 상하이에 본부를 둔 '세계 AI 협력기구' 설립 협정에 서명했고, 중국은 향후 5년간 개발도상국에 5천 개의 AI 교육 기회를 약속했습니다. 실제 중국 모델은 일부 성능에서 뒤지더라도 가격이 낮고, 개방성이 높습니다. 가중치가 공개되면 각국의 언어와 산업에 맞게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자체 AI 개발이 어려운 신흥국과 중소기업에는 최고 성능보다 가격과 접근성이 앞서는 중국 모델이 더 매력적일 수 있는 겁니다. 이런 틈을 노려 세계의 개발자와 기업을 자국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중국식 기술 표준을 넓히는 것, 이른바 'AI 일대일로'입니다.

<4> '발등의 불' 미국, 전략 급선회?

미국은 중국의 AI 개발을 늦추기 위해 그동안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 수출을 통제해왔습니다. 하지만 칩만 막아서는 추격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에 또 한번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최근 무역협정을 맺는 국가에 아예 미국과 유사한 수출통제와 투자심사를 도입하고, 우회 수출을 걸러낼 감시 장치까지 함께 갖추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가 얼마나 노골적인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면서, 주권 문제를 이유로 망설이는 한국과 일본, EU에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 일본과 한국, 유럽연합을 상대하는 건 더 어렵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은 이 문제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각국은 “주권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지만, 저는 그런 핑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중국과 모든 거래를 끊으라는 뜻은 아니라고 했지만, 미국 시장과 첨단기술에 접근하려면 미국의 경제안보 기준에 동참하라는 요구인 건 분명합니다. 중국에 어떤 장비의 수출을 제한할지, 중국 자본의 첨단기업 투자를 어디까지 심사할지, 한국의 정책을 미국과 발맞추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5> 복잡한 매트릭스 속 한국의 선택은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은 세 가지 이해관계가 동시에 걸려 있습니다. 미국의 안보·기술 동맹 한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과 수출통제 체계에 깊이 들어가 있습니다. 중국과 연결된 산업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생산시설과 고객을 두고 있어, 통제가 강화되면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는 저렴하고 자체 서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도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 모델에 의존하면 비용 문제와 기술 종속이 커지고, 중국 모델을 선택하면 보안과 검열 문제가 따라옵니다. 훔쳐 배운 모델에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미국의 경고까지 고려하면 셈법은 더 복잡해집니다. 독자적인 AI 모델과 반도체·클라우드 생태계를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은 두 강대국 중 어느 나라의 기술을 빌릴지만 고르는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통제에 어디까지 동참할지, 중국의 저가 AI를 어디까지 활용할지, 국내 AI와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지킬지. 한국은 이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취재·구성 : 김민정, 영상취재 : 박우진, VJ·영상편집 : 김혜주,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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