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픽액스산(Pickaxe Mountain)을 촬영한 위성사진. 2026년 6월 30일 촬영.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란이 작년 가을 수천 개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산속 깊은 지하 터널로 이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 같은 첩보 분석 결과를 미국에 전달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첩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3대 주요 핵 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던 작년 6월 '12일 전쟁' 몇 달 뒤 해당 원심분리기가 픽액스산(Pickaxe Mountain) 시설로 옮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으로 최근 열흘간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픽액스산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 매체 인터뷰에서 이 산에 대해 "크고 강력한 한 방을 날리기 좋은 잠재적 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픽액스산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란 중부지방의 픽액스산은 지난해 6월 전쟁 당시 주요 폭격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았으며, 올해 2월 28일 시작된 전쟁에서도 표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 산의 터널을 이용해 핵 장비를 보관하거나 제작하고, 핵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농축 시설을 구축할 가능성을 오랫동안 우려해 왔습니다.
이란에서 콜랑(Kolang) 산으로 알려진 픽액스산은 이런 이유에서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감시를 받아왔습니다.
이란의 주요 핵 시설 인근에 있는 픽액스산은 2020년 폭발 사고로 심각하게 훼손된 이란의 원심분리기 조립 시설을 대체할 지하 요새로 주목받았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지난 15개월 동안 트럭 이동, 터널 보강, 보안 구역 설정 등의 활동이 꾸준히 진행됐습니다.
또 2007년 조성됐다가 이후 이란이 봉쇄한 기존 터널 망 주변에서도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이란이 원심분리기를 픽액스산 터널 내부로 옮겼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지하 시설이 단단한 암반 아래 약 90∼140m 깊이에 조성됐으며, 여러 핵 관련 시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란 담당 국장을 지낸 네이트 스완슨은 이란이 과거 비밀리에 핵 활동을 벌여온 전력을 고려할 때 요새화한 지하시설에서의 활동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이란의 의도를 알 수 없지만, 이 시설을 검증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반드시 이 시설에 들어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란은 해당 시설에 대한 IAEA의 접근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가스를 고속 회전시켜 민간 원자력 발전이나 무기 생산에 쓰이는 동위원소를 분리 및 농축하는 장비입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무기급에 근접한 60% 농축 우라늄을 약 450kg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픽액스산에 원심분리기를 배치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란이 반드시 그곳에 농축 시설을 건설 중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WSJ은 선을 그었습니다.
이란이 작년 6월 전쟁 이후 파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은 원심분리기들을 단순히 피신시켰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전달한 첩보 속 원심분리기들이 원래 어디에 있던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란의 주요 핵 시설에 보관 중이던 여분 기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