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부실 선거 관리의 상징적 장소가 된 곳이 바로 서울 잠실 7동 2투표소입니다. 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됐고, 밤 10시까지 투표 시간이 연장되는 부끄럽고도 참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촉발된 시민들의 항의는 올림픽공원 시위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 3일부터 10일까지 당시의 혼란이 기록된 67시간 분량의 투표소 CCTV를 저희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먼저 손형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6·3 지방선거 당일 서울 송파 잠실7동 2투표소 내부 CCTV 영상입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오후 2시 33분쯤 드러난 이상 징후, 남은 투표용지가 500장도 안 된다는 보고가 이뤄진 시점입니다.
다만 추가 용지 송부 요청만 있었을 뿐 직원들의 분주함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투표 종료 1시간 반밖에 안 남은 오후 4시 30분이 지나고, 다급해진 직원들이 전화를 걸고 유권자들에게 설명을 하더니 오후 4시 46분 투표가 중단됩니다.
직원들은 수기 작성이 필요하다는 듯 몸짓을 하고 대기표도 배부하지만, 항의하는 시민은 늘어나며 혼란이 커지자, 경찰이 현장에 출동합니다.
대기 줄이 무너지면서 직원들이 질서유지선을 들고 급하게 나오고, 오후 5시 38분, 한 남성이 추가 투표용지가 든 걸로 보이는 종이봉투를 들고 뛰어옵니다.
당초 선관위는 53분간 투표가 중단됐고 오후 5시 39분에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CCTV로 본 재개 시점은 투표 종료 1분 전인 오후 5시 59분으로 20분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 투표록에 따르면 1차 추가 용지 50장으론 역부족이었고, 시민들이 뒤엉켜 있는 가운데, 오후 6시쯤 비닐봉투를 든 여성이 뛰어 들어옵니다.
2차 추가 용지로 기록된 200장으로 보입니다.
앞서 오후 4시 45분쯤 투표소를 찾은 한 할머니는 용지 부족에 투표를 할 수 없자 귀가하는 대신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뒤늦게 투표 재개가 됐지만, 긴 대기행렬에 줄 서기를 포기하는 듯하더니 무려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참정권 행사를 마무리하고 투표소를 힘겹게 떠났습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할 투표의 문턱이 고난의 장벽이 된 셈입니다.
이 CCTV 영상은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법원에 증거 보전 신청을 해 확보한 것으로, 2투표소의 확정 선거인 수는 3천856명, 최초 배부 투표용지는 1천900장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황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