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요즘 주식 시장 보면 반도체주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반도체 회사들의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나가서 발목이 잡았다는 역설적인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냈고, SK하이닉스도 수십조 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될 만큼 두 회사 실적 자체는 지금도 탄탄합니다.
그런데 왜 주가는 크게 흔들리냐, MSCI라는 지수를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요.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이 "어느 나라, 어느 종목에 얼마씩 투자할지" 정할 때 참고하는 대표 지수입니다.
그런데 이 표 안에서 TSMC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 반도체 세 종목이 차지하는 자리가 1년 전에는 14%도 안 됐었는데, 최근에는 31%까지, 그러니까 2배 넘게 커지면서 실제 자금의 3분의 1 정도가 반도체 회사 딱 세 곳에 쏠리게 된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미국, 유럽 쪽 펀드들은 보통 한 종목이나 특정 업종을 너무 많이 담으면 안 된다는 '분산 투자'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요.
그런데 반도체 비중이 이 한도를 넘어서다 보니, 펀드매니저들은 회사가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그냥 규정을 지키려고 반도체 주식을 '울며 겨자 먹기'로 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도 또 다른 '기계적 매도' 요인을 짚었는데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따라가게 설계된 레버리지 상품들이 하루 만에 30% 넘게 빠지면서, 운용사들이 배율을 맞추려고 주식을 추가로 판 것도 이번 급락의 낙폭을 훨씬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나스닥에 상장된 하이닉스 ADR 얘기인데, 흔들렸다는 거 보니까 어제(14일) 새벽 얘기 같고 오늘 새벽에는 27% 넘게 올랐더라고요.
<기자>
최근 미국 나스닥에 SK하이닉스가 상장된 이후에 미국과 한국 가격 차를 활용한 차익 거래가 몰렸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첫날부터 미국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한국 코스피 가격보다 15~17% 정도 높게 형성됐습니다.
전 세계 돈이 몰리는 미국 시장이다 보니 인기가 몰리면서 프리미엄, 그러니까 웃돈이 붙은 겁니다.
이걸 노리고 헤지펀드들이 '차익 거래'에 나섰는데요.
미국에서는 비싼 주식을 사고,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싼 주식을 빌려다 파는 방식입니다.
이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한국 주가를 더 끌어내렸고, 여기에 시장 전체가 급락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두 나라 가격 차이는 그제는 37%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러니까 SK하이닉스는 아까 말씀드린 MSCI 규정 때문에 외국인이 억지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 더해서, 이 헤지펀드들의 공매도까지 겹치면서, 다른 반도체주보다 훨씬 더 크게 흔들렸던 겁니다.
여기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빚내서 산 주식을 버티지 못하고 내다 파는 반대매매까지 같이 터지면서 낙폭이 한층 더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그래서 이런 주식시장 오늘 아침이 첫 번째 고비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시장은 오늘 아침이 최근 급락의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제 장에서는 개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내놓은 물량을 외국인이랑 기관이 낮은 가격에 사들이면서 한때 크게 밀렸던 SK하이닉스 주가가 결국 반등해서 장을 마쳤습니다.
미국이랑 한국의 가격 차이도 좀 더 좁혀졌는데요.
이건 헤지펀드들이 미국에서 사둔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고, 그 돈으로 한국에서 빌렸던 주식을 갚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다만 진짜 바닥을 확인하려면 오늘이 중요한데요.
국내 증시는 빚내서 주식을 산 투자자가 정해진 담보 비율을 못 맞추면, 하루 유예를 거쳐서 다음 날 아침 강제로 팔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제 하루 만에 나온 역대급 폭락 때문에 강제 청산 대상 계좌들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라, 이 물량이 오늘 아침 한꺼번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또 하나 지켜봐야 할 게 미국이랑 한국의 가격 차입니다.
가격 차이가 클수록 헤지펀드들은 공매도를 늦게 갚는 게 유리한데요.
반대로 가격 차가 줄어들면, 오히려 주식을 다시 사서 갚는 '숏커버링'이 유리해지면서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