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미국이 직접 통제하고, 해협을 보호하는 대가로 걸프 지역 국가들로부터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란과 미국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양국의 휴전 양해각서가 사실상 무력화된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도 한층 격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3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해협을 통제하고 있고 봉쇄를 다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봉쇄는 오직 이란만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란과 거래하는 사람은 통과할 수 없지만, 다른 이들은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봉쇄는 이란을 직접 타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을 수 있다"며 "봉쇄와 공격을 결합하는 것이 실제로 효과를 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보호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주변국들이 부담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기자가 "비용을 상환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우리는 세계에서 매우 부유한 지역을 보호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돈을 쓰고 있다"며 "우리가 돕는 나라들로부터 보호 비용을 상환받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을 거론하며 "그들은 매우 부유하다"면서 "우리가 아무 대가 없이 보호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관리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에브라힘 졸파가리 이란 중앙군사본부 대변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관리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역내 국가들을 향해 "미국과의 협력이나 미군에 대한 병참 지원은 이란의 주권과 국가안보에 대한 전쟁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해협과 주변 지역에서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이란은 쿠웨이트 내 미군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에 해상 무인정까지 처음으로 투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앞서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란 측이 이를 깨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어제나 그저께 합의가 있었고 모든 것이 마무리됐지만, 이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즉시 합의를 깨뜨렸다"며 "그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고, 우리는 더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핵무기 개발 중단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등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최근 양측의 군사행동이 재개되면서 합의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양해각서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일종의 테스트였다"며 "질 나쁜 사람들을 상대할 때 양해각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을 향해 "합의를 여러 차례 타결했지만 이란은 한 번도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합의 체결 이후에도 이란 내 핵시설과 미사일 시설에서는 복구 움직임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습니다.
CNN이 분석한 위성사진에서는 이란이 핵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픽액스산' 지하시설의 터널을 차량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픽액스산을 "정문에 크고 강력한 한 방을 정확히 꽂아 넣을 수 있는 표적"이라고 표현하며 "아주 조만간 픽액스산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또 "픽액스산을 없애버릴 것"이라며 "이란인들에게 준비하라고 전하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자가 "협상을 통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결코 그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합의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오늘 밤에도 이란을 강하게 공격하고 내일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토머스 주노 연구원은 양해각서 조항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해 갈등 재발이 예견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주노 연구원은 "양해각서 조항이 모호했기 때문에 양측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고, 모호한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며, 휴전을 목적으로 한 합의가 실제로는 폭력의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거의 불가피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의 폭력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폭력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구성 : 진상명, 영상편집 : 안준혁,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