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으로 인도된 중국인 마약범 장즈둥(오른쪽 두 번째)
중국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후 전도유망한 삶을 살던 30대 중국인 남성이 멕시코 최고 마약왕이 된 후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입니다.
어제(13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멕시코 당국에 체포돼 현재 미국에서 재판받는 장즈둥(39)은 2010년 베이징대학교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입니다.
그는 졸업 후 멕시코로 건너가 중국 광산 회사에 입사해 고위직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의 대학 동창이며 같은 회사에 다닌 알렉스라는 가명의 남성은 "협상 능력이 뛰어났고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사람"이라며 장 씨를 회상했습니다.
알렉스는 멕시코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현지를 장악하고 있는 마약 카르텔을 포함한 범죄 조직과 얽히는 경우가 있다며 "그는 지역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면 누구와도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 씨가 다니던 중국 광산회사는 2013년 파산했지만, 그는 본국에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그의 행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1∼2년 뒤부터 소셜미디어(SNS) 위챗을 통해 베이징대 스페인어과 동문들에게 달러를 유리한 환율로 환전해줄 수 있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인들은 그가 돈세탁 사업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때부터 마약 카르텔에 발을 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장 씨는 2016년 6월부터 대규모 마약 밀매·자금 세탁 조직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엔리케라는 가명을 쓴 멕시코 한 마약 카르텔의 고위급 조직원은 내부에서 그를 '펜타닐의 왕', '왕 형님'(Brother Wang)으로 불렀다며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다. 최고였다"고 했습니다.
엔리케는 장 씨가 마약 카르텔 두목 중 한명의 여성 친척과 연인 관계를 맺으면서 카르텔 핵심 인물들과 빠르게 가까워졌다고 전했습니다.
장 씨는 헤로인보다 50배 강력한 합성 마약인 펜타닐을 멕시코에서 생산·유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약 카르텔의 한 조직원은 장 씨가 체포된 후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경로를 구축해야 했다"고 털어놨을 정도입니다.
엔리케도 "장 씨가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말했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펜타닐은 중국이 전구체(제조 원료) 주요 수출국으로 지목됩니다.
이 때문에 펜타닐은 현재 미·중 갈등의 한 축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펜타닐과 전구체를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기까지 했습니다.
멕시코 당국은 장 씨가 코카인 1천㎏ 이상, 펜타닐 1천800㎏ 이상, 필로폰 600㎏를 수출·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연간 1억 5천만 달러 이상(2천234억 원)의 마약 판매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BBC는 장 씨가 지난해 미국 뉴욕의 법정에 출두했을 때 토드 블랜치 당시 미 법무부 차관이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마약 밀매업자 중 한 명"이라고 묘사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장 씨는 2024년 10월 멕시코 당국에 체포되긴 했으나 전 세계를 휘저은 대담한 탈주극을 벌이며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체포 후 멕시코 법원은 그를 교도소에 투옥하는 대신 가택 연금 명령이라는 석연치 않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장 씨는 자택 벽에 구멍을 뚫어 탈출했고 제트기를 이용해 쿠바로 거쳐 러시아 국경까지 향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국경 관리자들은 그의 위조 서류를 적발해 쿠바로 돌려보냈고, 장 씨는 결국 다시 쿠바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송환됐습니다.
알렉스는 그의 체포 소식을 들었을 때 동문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마 베이징대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씁쓸해했습니다.
(사진=멕시코 안보장관 엑스 게시물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