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형사소송법상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당권 경쟁 중인 정청래 전 대표에 이어 김민석 전 총리까지 보완수사권 폐지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처리될 것 같았던 사안이었는데, '여고생 살해 피의자' 장윤기 사건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조작될 경우, 과연 이를 치유하거나 방지할 장치가 여권 발 개정안에 있느냐 우려가 커진 겁니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지난 주말 사이 범여권 강경파들의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9일 친여 성향 유튜버 김어준 씨는 "이런 정도의 사건은 1년에 몇 건씩이나 있다. 이게 왜 이렇게까지 많이 보도되지? 장윤기 사건을 가지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안된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 간부 아들 살인사건에 대한 증거 인멸은 이해충돌 회피 의무 결함의 문제이지 수사 기소 분리의 문제가 아닌 것. 경찰 수사 전담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민주 헌정을 찬탈한 검찰에 대한 개혁을 미룰 핑계로 삼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자고 할수록 윤석열, 한동훈과 같아지는 것"이라고 했고,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검사가 언론에 알리면 된다"는 피의사실 공표 조장 논리를 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경찰 수사가 미진하면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처럼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면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이 무너지고, 검찰이 경찰 수사를 다시 지휘하거나 직접수사를 되살리는 우회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TF안.."보완수사요구권에 각종 장치 보완"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안의 핵심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차단하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절차를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첫째,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사법경찰관은 지체없이 이를 이행하고,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합니다.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한 차례에 한해 1개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처럼 긴급성이 있는 경우 검사가 별도의 보완수사 기간을 정하면 그 기간을 따르도록 했습니다. 둘째,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기존의 직무배제와 징계 요구에 더해 담당자 교체까지 가능하게 했습니다. 다만 징계는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셋째, 수사 담당자의 범죄 행위가 의심되거나 사건을 담당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사가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통보하고 이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넷째, 고소인과 피해자, 법정대리인이 부당 수사를 검사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검사는 해당 수사기관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진행 경과를 신고인에게 통지하게 됩니다. 다섯째,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 범위도 현행법상 고소인 중심에서 고발인에게도 확대합니다.
정리하면 보완수사 기간을 한정하고, 경찰이 요구를 따르지 않을 때 제재 수단을 넣고, 피해자에게 부당 수사 신고 통로를 열고, 고발인의 이의신청권도 넓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되물을 지점이 있습니다. 과연 이대로라면 지금보다 범죄 수사는 신속해질 지, 피해자 보호는 더 촘촘해질지, 수사를 좌지우지할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는 충분할지입니다.
보완수사 사건 늘어나는데..더 신속한 수사 가능?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에 따르면, 연간 검찰에 송치돼 오는 사건은 110만 건 정도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45%에 대해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고 있고 10%는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합니다. 보완수사 요구 시 경찰이 추가 수사를 해서 검찰에 회신하는 데 평균 53일 걸린다고 합니다. 앞으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하는 45%까지 경찰이 떠안게 되면 이 기간은 지금보다는 더 길어질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 TF 안은 검찰 통보 시한을 1달로 오히려 줄여 놓았습니다. 경찰이 그 만큼 더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 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사건 현장과 증거는 그대로 멈춰 있지 않습니다. CCTV는 지워지고, 휴대전화 기록은 사라지고, 참고인 기억은 흐려지고, 피의자는 말을 맞출 시간을 얻습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별도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공소시효만이 아닙니다. 성범죄, 스토킹, 가정폭력, 조직범죄, 금융범죄처럼 증거 확보의 타이밍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하루 이틀의 지연도 수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홍기원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 아동, 청소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온라인 사기 등 다수 국민 피해보는 민생사건, 구속 사건 등 시한이 촉박한 사건 등의 경우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별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완수사 통해 드러난 진상과 피해자 인권장윤기 사건에서 케이블타이 등 범죄 증거는 경찰 간부인 아버지에게 돌려졌고, 장윤기 집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 역시 아버지에게 알려졌고, CCTV 영상은 제대로 분석되지도 않은 채 묻혔습니다. 김어준씨가 "이런 일은 1년에 몇 건씩이나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많이 보도되지"라고 했는데, 이렇게 뒤늦게라도 진상이 밝혀진 건 검찰의 보완수사와 언론의 추가 취재 때문입니다. 피해자 유족의 절절한 호소 앞에 할 이야기는 더더욱 아닌 것이지요.
지난 2022년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떠올려보면 피해자는 처음부터 성범죄 가능성을 호소했지만 초기 수사에서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해자의 옷, DNA 감정, 사건 당시 정황이 다시 검토되면서 성범죄 목적이 쟁점화됐고 죄명과 형량 판단도 달라졌습니다. 초기 수사기관의 판단이 항상 완전하지는 않기에 피해자의 호소를 다른 기관이 재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합니다.
2019년 계곡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치밀한 살인 사건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망 경위, 보험금 문제, 피의자들의 관계와 행적을 다시 추적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단순 사고나 변사로 굳어졌다면 피해자의 죽음은 전혀 다른 이름으로 기록됐을지 모릅니다.
변호사 출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개정안을 보면) 형사소송법 등 증거법 규정에서 검사를 모두 삭제해 검사가 오직 경찰이 작성해서 넘긴 서류만을 보고, 피의자 한번 못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돼 있다. 공판중심주의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 비대해지는 경찰에 어떤 견제와 통제가?검찰개혁의 출발점은 검찰 권한의 견제였습니다. 과거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막강한 기관이었고 정치적 사건에서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 논란을 반복했습니다. 검찰권을 통제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는 검찰 수사권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경찰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합니다.
TF안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직무배제, 교체, 징계 요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를 거치게 됩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더 흐르게 되고, 솜방망이 징계 내지는 내 식구 감싸기의 가능성 역시 남아있습니다. 또 수사 담당자에게 범죄 혐의가 의심되거나 사건 담당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이첩할 수 있게 했지만, 이 역시 예외적 장치입니다. 일상적인 부실 수사, 법리 오해, 피해자 진술 누락, 증거 보강 미비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정권 아니라 국민의 권리 보장 집중해야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여권 내 강경파, 개혁파들의 대의명분은 검찰 개혁으로 모아져 왔습니다. 검찰을 믿을 수 없으니 보완수사권까지 없애겠다는 호소는 정치적으로는 선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는 감정 만으로 설계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게 정청래 전 대표의 "숟가락이라도 남기면 칼로 만들어 정권에 들이댈 것"이라는 발언입니다. 검찰을 향한 불신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사법제도는 정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이 아닙니다. 검찰이 정권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국가가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실에 접근하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어야 합니다.
김민석 전 총리의 태도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총리실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을 8개월 넘겨 운영했지만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물러섰습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변호사는 "당당히 법안을 제출해서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법안으로 통과된다면 거부권이라도 행사해야 하지 않겠나"면서 "책임정치의 실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검찰개혁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개혁의 목적은 검찰을 벌주는 것에 멈춰서지 않고 국민의 권리를 더 잘 보장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 단추를 채울 국회 법사위에서 보완수사권을 어떻게 정리할 지의 기준도 진영의 이해가 아니라 범죄 수사가 더 신속해지는가, 피해자가 더 보호되는가, 수사기관 통제가 더 정교해지는가에 집중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