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가 찬성한다는 빨간 번호판'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글
"음주운전 한 번만 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도입) 찬성합니다", "당장 시행하자. 지나가다 보이면 손가락질해주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97% 찬성한다는 빨간 번호판'이라는 글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이 게시글은 조회수 3만 6천 회, 추천 666개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또 다른 커뮤니티에 게시된 유사 글도 조회수 2만 2천 회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습니다.
상습 음주 운전자 차량에 일반 차량과 구분되는 빨간 번호판을 달아 재범을 막자고 주장하는 글이 최근 다시 온라인을 달구고 있습니다.
빨간 번호판 도입 아이디어가 화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반년 간격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빨간 번호판 부착 관련 찬반 토론을 다룬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360개 이상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난 2월에도 관련 게시물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와 조회수 약 92만 회, 좋아요 약 2만 4천 개를 기록했습니다.
이들 게시물에 대한 누리꾼 반응은 "빨간 번호판을 부착해 경각심을 줘야 한다" 등 번호판 도입에 대한 찬성이 주를 이룹니다.
"면허 영구 취소가 필요하다", "다시는 운전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등 빨간 번호판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음주운전 대응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정부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음주운전 방지대책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천334명 중 5천211명(97.7%)은 '음주운전 방지를 위해 더 강력하고 촘촘한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SNS 게시글의 '국민 97%가 찬성했다'는 표현은 더 강력한 음주운전 방지책에 동의한 응답자 비율을 의미하며, 빨간 번호판 도입 자체를 지지하는 비율은 아닙니다.
위 설문조사에서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특수 번호판 부착'을 꼽은 응답자는 14.7%에 그쳤습니다.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형벌 등 제재 강화(25.7%)'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추가 대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응답은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빈번해서', '재범률이 높아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 순으로 높았습니다.
빨간 번호판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낙인 효과와 더불어 가족이나 법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 제도를 우회할 가능성 등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효율성이 있더라도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 대책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단법인 녹색교통운동 김광일 사무처장은 특수번호판 부착 제도가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 개인이 아닌 차량에 적용되는 점이 한계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SNS에서 빨간 번호판이 주기적으로 회자되는 현상은 현행 사법 체계에 대한 대중의 불만족과 온라인 커뮤니티 특유의 집단 동조 심리가 결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허 교수는 "현행 처벌이 대중이 원하는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해 생기는 일종의 '징벌적 대리 만족' 심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사무처장은 "탄원서나 기부로 감형이 가능한 음주운전 양형 기준이 더 문제"라며 "가장 좋은 제도는 (음주운전을 원천 차단할 정도의) 강력한 형벌과 처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글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