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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브리핑

애플이 앞장서는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왜? [이브닝 브리핑]

D램 점유율 68% K메모리 견제 노골화하는 美·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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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련 학계와 증권가 애널리스트, 기자들에게 최근 큰 화제가 된 책은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의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이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와 공정기술을 연구하는 그는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 현황을 넓은 시야에서 실증적으로 전하고 있다. 한국이 어떤 대응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공교롭게도 지난 4월에 이 책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심상치 않은 소식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메모리 시장에서 68%의 시장 점유로 주도권을 잡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질시와 견제의 조짐들이다. 반도체 투톱 기업들의 주가상승이 주도했던 국내 증시가 멈칫하고 있는 것은 이런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산 칩 시험한다는 애플의 속내

애플은 미국 상무부 등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하고 관련 로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구체적으로 중국 창신 메모리테크놀러지(CXMT)의 메모리칩을 아이폰 등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D램 가격 급등으로 인해 스마트폰과 노트북, 아이패드의 제조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던진 다목적의 승부수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미 정부가 승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은 4년 전부터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중국산 반도체의 미국 정부 납품을 막기로 결정했는데, 이후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메모리반도체의 대량 수입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지원 기업(1260H)'리스트에 올라있는데, 고사양 반도체의 거래를 본격화하면 미 상무부 차원에서 기존에 거래하던 중국산 상업용 칩의 수입 자체가 원천 금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28나노 이상의 범용 반도체는 이미 가성비를 무기로 미국 내 수요를 상당히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이런 중국산 범용 반도체의 상당 물량은 홍콩과 베트남 등을 우회해서도 미국에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이 들어가는데, AP를 제외한 D램과 낸드 같은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는 대만과 한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CXMT의 칩은 가격이 크게 싸지는 않지만, 부족한 공급량을 대체해 제품 가격을 유지하려는 목적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품질과 성능에 민감한 세계 아이폰 소비층의 반응을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제품 적용 시 결과가 100% 검증되지 않았다는 면에서, 애플 입장에서도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애플의 주된 목적은 한국 반도체의 수입 과정에서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견제와 압박의 효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비싼 반도체 값으로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미 정부에 호소하면서, 통상 차원의 대응을 유도하려는 속내가 강하게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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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총 받는 '애플 인 차이나(Apple in China)'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다국적기업을 자처하는 애플은 단지 한국 대만 반도체 업계에 대한 가격 압박보다 더 중요한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권 교수는 저서에서 중국의 반도체와 AI산업이 현재 수준에 이르는 배경에는 다름 아닌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이 있었음을 기술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패트릭 맥기'기자가 쓴 '애플 인 차이나(Apple in China) 르포는 애플 같은 미국 자본과 빅테크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중국의 첨단산업 기술에 상당한 도움을 준 상황을 보도해 미국 정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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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황을 보면, 애플 전체 매출의 17%는 중국에서 발생했는데, 아이폰의 경우는 최대 25%의 매출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아이폰과 맥북 등의 중국 현지공장 생산을 통한 비용 감축을 위해 애플은 초기엔 대만 IT업체들과 협력하면서 최종 생산은 중국 현지의 제조사들과 손을 잡았는데, 시간이 흐르며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공정 과정 대부분을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첨단 기술과 장비가 중국 내 업체에 지원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단지 애플 차원을 넘어,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다른 나라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애플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간 정황들도 상당수 나타난다. 애플 생태계에 포함돼 있던 한국 주요 기업들의 기술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애플이 중국 업계는 물론 중국 정부의 필요에 상당 부분 반응했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애플과 중국의 밀접한 공생관계는 애플의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압박성 시위를 넘어 중국 D램 반도체의 주요시장 진출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심각한 의심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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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는 왜 한국을 걱정해주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시장을 3분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은 이달 초 일본 히로시마에 차세대 D램과 HBM생산 확대를 위한 신공장을 착공했다. 일본은 키옥시아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24년 전 엘피다메모리가 미국과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은 이후 D램은 생산기반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론 히로시마 공장이 3년 뒤 생산을 시작하면 일본은 D램 전공정에 이은 후공정까지 반도체 생산망을 재건하면서, AI반도체 수출 경쟁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 소식을 자세히 전했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틀 뒤엔 한국 삼성전자의 3분기 연속 최대실적 기록을 비중 있게 보도했는데 내용이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1983년 사업에 뛰어든 뒤 40여 년 동안 누적한 금액 이상의 총이익을 올해 안에 벌어들일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면서, 앞으로 삼성이 직면할 위기 상황을 전망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 부풀리기' 피해를 주장하면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과, 시장 독점으로 인한 통상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유력언론의 이런 보도는 반도체에 대한 일본 산업계의 피해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의 1970~80년대 반도체 호황을 가로챈 나라가 한국과 대만이라는 인식이다. 일본은 과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반도체 종주국이었던 미국의 인텔을 고사시켰는데,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 반도체의 '덤핑'을 지적하며, 일본제 가전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전 방위 압박을 가했다. 결국 일본은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으로 가격 결정권을 잃었고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20%까지 보장하는 압력에 굴복해야 했다. 일본 반도체가 차지했던 시장은, 그 사이 빠르게 성장한 대만과 한국 반도체가 대체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과거 일본이 경험한 것처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관세 등 통상압박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옥죌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내심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시도하는 일본이 한국 견제를 위해 과거의 미·일 반도체 협정을 소환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미국과 반도체 공급망 공유를 통해 밀착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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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수출 늘려가는 중국..CXMT 상장 임박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이달 중 상하이증시 상장을 예고했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IPO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생산 설비투자를 늘려 글로벌 시장에 대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가격 급등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물가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앞서 언급된 애플과의 공조를 기반으로, 희토류 등 전략물자의 공급과 한층 강해진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대미협상력을 높이고 있어, 판도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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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는 시진핑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지만,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첨단반도체의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AI에 필요한 HBM 개발에는 다소 뒤처진 상태이다. 하지만 CXMT의 D램 웨이퍼 생산량은 이미 삼성전자의 40% 수준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YMTC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SK하이닉스를 근접해 추격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첨단 반도체와 관련한 한·중 기술격차를 3년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진정한 우방 없는 현실..영리한 대응전략 절실

미국과의 밀착으로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생산 확장을 통해 글로벌 공급 사이클에 합류하려는 중국은 한국의 D램 생산력을 시샘하는 트럼프 행정부에겐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유효한 압박 카드들이다. 중동 전쟁 국면이 마무리되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무역 정책에서 다시 성과를 도모할 트럼프의 눈은 한국의 반도체로 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화해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영토 안에 공장을 만들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펴왔다. 대만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늘어난 수요 속에 실적을 낼수록 통상 압박을 비롯한 견제의 부담도 커지는 양상이다.

현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 구조상 한국에 주도권이 있는 만큼,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의 약점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지 생산시설을 성급하게 늘리지 말고 경기도 용인, 평택에 건설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부터 완성해 반도체 공급국가의 위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원천기술 자산의 완벽한 보호이다. 산업계의 오랜 노력이 쌓여 AI 시대의 '초크 포인트(전략적 요충지)' 위치를 선점한 한국의 영리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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