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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 반도체 벨트, '이것' 없으면 멈춘다…대한민국 운명 건 메가프로젝트의 진짜 승부처 [스프]

[교양이를 부탁해]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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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조홍종 컨트리뷰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 강력한 공습과 원유 제재 면제 철회를 단행하자,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과 쿠웨이트를 겨냥하며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습니다. 이란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다시 고조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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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 긴장은 단순히 이란만의 문제였을까요?

사실 미국의 대이란 압박과 군사 개입은 해상 에너지 루트의 불안을 키웠고, 이란은 호르무즈를 협상 카드로 꺼내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불안이 결과적으로 미국에게도 새로운 명분이 됐다는 점입니다. 중동산 원유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미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자"라는 논리를 앞세워 미국산 석유와 에너지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지난 3월)

미국이 호르무즈에 있을 필요조차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석유가 충분히 있으니까요.

실제로 미국의 원유 수출은 올해 들어 주간 기준으로 하루 500만 배럴을 훌쩍 넘나들었습니다. 4월 말에는 하루 643만 8천 배럴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원유와 정제유를 합친 석유 수출로 보면, 미국은 사실상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의 위치까지 올라섰습니다. 결국 이번 전쟁은 석유의 무게중심이 중동에서 미국으로 얼마나 많이 옮겨왔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미국의 과거 중동 전략은 분명했습니다. 중동에 무기를 팔고, 군사적으로 보호하고, 그 대가로 안정적인 석유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계산법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 원유에 예전만큼 의존하지 않습니다. 셰일 혁명 이후 미국은 자기 땅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쓰고도 남는 에너지를 세계에 팔 수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특히 LNG, 즉 액화천연가스에서는 이미 세계 최대 수출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전략은 이런 겁니다. "중동산 원유가 불안하면, 미국산 에너지를 사라." 이번 전쟁은 그 생각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중동의 불안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미국의 에너지 패권은 더 강해지는 구조가 된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걸 미국의 완전한 승리라고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화석연료의 주도권은 미국 쪽으로 더 강하게 이동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방국들이 치른 비용도 컸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유럽 사회를 흔들었고, 한국·일본·대만 같은 제조업 국가들에게도 큰 부담이 됐습니다. 미국의 우방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가격 충격에는 가장 취약한 나라들이 먼저 압박을 받은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모든 나라가 하기 시작할 거고, 최근 AI 때문에 더 중요해진 페트로 스테이트(석유 국가) 시대에서 일렉트로 스테이트*(전기 국가) 시대로 넘어가려는 준비를 모든 나라가 할 거라는 거죠.

*일렉트로 스테이트 : 모든 에너지 중심축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완전히 전환된 국가

더 중요한 것도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이 전기화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는 거죠. 중국은 자기 땅에서 나는 셰일 가스를 많이 캐서 그걸로 발전도 하고 발전된 전기로 AI도 돌리고 다 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과연 미국이 중국의 전기화 전쟁을 이길 수 있을까. 이게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빅테크가 전기 전쟁에 나선 이유…결국은 자본의 유동성 싸움

그 과정에서 AI가 왜 중요한가. 매일 AI 쓰시죠? 저는 구독료가 1천만 원 단위로 나가고 있습니다. 놀라셨죠? 앞으로 더 쓸 것 같아요. AI에 한 번 훅업 되면 생산성의 향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LLM 모델*은 완벽하게 익숙하게 하고 있습니다.

*LLM 모델 :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사전 학습된 대규모 언어 모델

그런데 전기를 엄청나게 잡아먹거든요. AI 패권은 '전기를 얼마나 반도체에 넣어 줄 수 있느냐, 데이터센터에 얼마만큼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결정 요인입니다. 그만큼 전기가 중요한 거죠. 전기를 얼마나 생산해야 AI 데이터센터나 AI를 활용하기 위한 양이냐. 만약 미국에 있는 AI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늘어난다면 2030년에는 500TWh/y*의 전기를 사용하게 돼요.

*TWh/y : 국가나 대규모 도시 단위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나타내는 에너지 단위

이 숫자가 어느 정도냐? 우리나라가 550TWh/y정도 쓴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 1년 사용량만큼을 AI 데이터센터가 혼자 쓴다.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20% 정도는 데이터센터가 혼자 사용하게 됩니다. 전기 사용과 컴퓨테이션 파워가 증가되면서 필요한 반도체 칩의 양의 증가는 이제 시작 단계라는 겁니다.

젠슨 황 | 엔비디아 CEO (2026년 6월)

AI 팩토리 건설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익성이 있다면 누구든지 더 많은 AI 팩토리를 원할 겁니다.

데이터센터의 절반 정도는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이 그걸 다 AI 데이터센터로 바꾸고 빅테크들이 자신들의 데이터센터를 끊임없이 짓기 시작하면 전기 사용과 반도체 물량 공급이 병목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반도체보다 더 심각한 게 전기의 병목이에요. 송전망, 발전소라는 거대 인프라를 깔아야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했더니 전기가 없어요. 미국은 2000년도 이후부터는 전력 설비를 늘려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제조업이 없었기 때문에 거대한 공장을 돌릴 만한 전기가 필요 없었어요.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전력 소비를 하거나 더러운 산업이거나 숙련노동자가 필요 없는 공장들을 해외로 이전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과다 소비하는 생산 시설이 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설치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AI가 등장했어요. 엄청나게 많은 전기가 필요해지고, 전력 설비 부족에 직면하게 되죠. 발전소가 없네? 송전망이 없네? 그래서 데이터센터들이 발전소를 짓거나 발전소 옆으로 가거나, 전기가 있는 건 다 끌어가기 시작했어요. 그 지역 주민의 전기 요금이 오르기 시작하고 전기가 사회적 문제가 된 거죠. 그래서 소비자들의 요금을 올리지 않는 소비자 방어 플레지(서약)*을 해요.

*전력 비용 자체 부담 원칙 :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기업이 전액 부담하여 일반 납세자를 보호한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빅테크들 때문에 전기 요금이 올랐고 시민 반대가 심하니까 '너희 돈으로 지어' 하면, 돈이 많이 드니까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어요. 이 서약에 참여한 기업은 7개가 있는데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오라클, 오픈 AI, xAI까지 '발전소에 들어가는 돈,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배전 비용, 백업 인프라 다 투자할게. 유동성이 넘쳐나기 때문에 돈을 써서 발전 설비든 뭐든 내가 다 가져갈 거야'라고 에너지 자급자족 계약을 맺습니다.

결국 AI 데이터센터와 전기는 다 돈으로 공급되는 건데 돈을 쏟아부어 줄 수 있느냐가 핵심 사안이에요. 과연 이 돈은 끊임없이 공급될 수 있을까요? 유동성이 어디까지 버텨줄 거냐. 즉 발전 설비와 관련된 문제는 시간 싸움이에요. 전기를 끌어와서 2030년 내 빅테크들 간의 경쟁은 게임이 끝나요. 돈을 얼마든지 써서 후발 주자를 따돌리고 AI 구독자를 독식하고 기업형 요금제로 서비스 하면서 게임을 끝내려고 하는 겁니다. 서열 정리가 돼서 랭킹 1~4등 정도가 승리하고 게임이 끝날 거다, 나머지는 사라지게 될 거라는 게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에 대한 투자 방향이 될 거다.

반도체가 10년 전에는 20개 정도의 메모리 업체가 있었어요. 지금 3개 남았거든요. 다 죽었어요. 그런 치열한 생존 경쟁을 통해서 AI를 해야 되기 때문에 당장 전기가 필요한 거예요. 몽땅 돈을 때려 박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발전기자재 물량, 전선기자재 물량, 변압기, 변전기, 차단기까지 싹 끌어가고 있는 게 미국이죠. 우리나라에서 주식이 날아가고 있는 반도체, 전력기자재 업체들, 전선 업체들, 다 여기에 파는 겁니다.

이주수 |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

반도체가 AI의 두뇌라면 전력은 AI의 심장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안정적인 에너지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미래 산업의 성장도 지속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에너지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입니다.

전기화로 가는 핵심 병목…송전망 인프라가 시급한 이유

전기의 중요한 특성이 있어요. 다른 에너지와 다른 특성인데, 수요 공급이 항상 맞아떨어져야 돼요. 100을 생산하면 100을 써야 되고, 80을 생산하면 80만 써야 되고, 소비가 갑자기 100으로 늘면 생산을 100으로 맞춰줘야 돼요.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무조건 정전이에요. 발전이 많고 소비가 부족하면? 정전. 발전이 부족하고 소비가 많으면? 정전. 60Hz*라고 하는 주파수를 맞춰야 돼요.

*60Hz : 전력 시스템의 교류 전류가 1초에 60번 진동하는 것

과거 24시간 돌아가는 발전기, 원전이나 석탄이나 천연가스 중심 사회에서는 수요가 움직이면 발전기를 껐다 켰다 하면서 맞춰주기 쉬웠어요. 그런데 재생 에너지가 증가하면 통제가 안 돼요. 바람이 불고 안 불고, 태양이 떴다 안 떴다, 갑자기 폭우가 온다거나 하면 공급단이 흔들립니다. 정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주파수를 맞춰주는 게 전기를 공급하고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 중요해요. 전국 단위로 주파수가 맞아야 돼요.

Q. 국내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60Hz 기준을 어떻게 진단?

설날에 있었던 전력 믹스예요. 설날은 공장이 쉬어서 전력 소비가 줄어서 전체 수요가 50GW 정도예요. 여름에 뜨거울 때 수요가 100GW 정도니까 설날에는 반밖에 소비가 안 되는 거죠. 전기는 부족하면 안 되니까 가장 피크 때를 대비해서 발전 설비를 가지고 있는데, 반밖에 사용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런데 수요와 공급이 항상 맞아야 된다.

태양광을 쓰고, 석탄·가스로 주파수를 맞추고, 기저에 원전. 원전은 출력 조정이 쉽지 않아요. 원전으로 고정 출력을 내고, 재생 에너지가 늘어나면 가스를 줄이고 재생 에너지가 부족하면 가스를 늘려요. 가스 자원으로 주파수를 맞추는 거죠. 그런데 재생 에너지 발전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공급이 늘었는데 원전을 갑자기 못 꺼서 공급이 100을 넘으면 정전이 돼요. 중요한 문제예요.

주식 투자할 때도 한 바구니에 모든 것을 담지 않듯이, 전력 역시 남아도 안 되고 부족해도 안 되는 상황을 대비하려면 유연한 전력원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려워요. 전기를 편리하게 쓰고 있지만 발전해서 소비지까지 연결하고 주파수를 조정하고 지역적으로 전압 안정도를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제일 좋은 건 수요지까지 바로 공급해 주면 돼요. 송전망만 있으면 전기는 수요지까지 전달돼요. 송전망이 없으면 발전을 해도 전달이 안 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안 맞죠. 송전망이 전기화로 가는 핵심 병목입니다. 건설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직접적인 편익은 적은데 지나가기만 하니까 반대하는 경우도 많아서, 전 세계가 송전망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걸 해결하기 위한 국민적인 합의나 정치적인 결론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전력 수요 폭증 버텨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은 몇 가지 특성이 있어요. 다른 나라와 달라요. 제일 중요한 건 독립 계통이라는 거예요. 다른 나라와 송전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요. 섬이죠. 북한과도 일본과도 중국과도 연결이 안 돼 있죠. 송전망이 연결돼 있으면 부족하고 남을 때 교역을 할 수 있어요. 유럽은 다 연결돼 있어요. 독일은 11개국이랑 연결돼 있어서, 부족하면 프랑스 원전이나 네덜란드 가스 발전에서 사 와요. 내가 넘치면 다른 나라에 팔아요. 근데 우리는 독립된 섬이에요. 혼자 여기서 다 맞춰야 돼요.

전력 밀도도 높아요. 땅이 작기 때문에 원전을 지어도 태양광을 지어도 밀도가 높아요. 한 지역에 많이 지을 수밖에 없어요.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 단지들이 분포돼 있어요. 해변가를 따라서 주로 분포돼 있죠. 수도권이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데 수도권엔 발전기가 부족하고, 먼 지역에서 끌어오는 시스템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송전망을 많이 지어야 되는 시스템이죠.

우리나라는 재생 에너지 보급이 10%가 안 되어서 재생 에너지 발달 2단계 정도지만 3~4단계의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송전선을 깔지 못하고 있고 발전 설비는 빨리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죠.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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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가 확대됨에 따라서 주파수 불안정, 전압 불안정, 유연성 부족, 관성 저하, 계통 복원력 저하 같은 문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야 돼요. 그런데 반도체가 얽혀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전기를 많이 먹습니다. TSMC가 타이완 전기의 5%를 사용하다가 5년 만에 10%까지 올라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은 7% 정도 사용할 겁니다. 삼성전자가 1년에 전기 요금으로만 5조 원 가까운 돈을 냅니다. 지금 반도체 팹 공장을 늘리고 있죠. 거기에 들어가는 전력 설비만 해도 15GW 정도 됩니다. 국가산단과 일반 산단 공급 방안을 보면, 송전망으로 연결하는 방안입니다. 근데 송전망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죠.

송전망이 문제면 송전망을 구축해 주는 과정도 해야 되고, 그게 늦어질 때를 대비해 온사이트 발전이나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만, 전체 코스트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면에서 무엇이 우월한 방법인지 고민해야 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중국·대만·미국의 마이크론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시점을 놓쳐버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는 거죠.

데이터센터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해요. '미국에서 전기를 못 찾고 있는데 딴 데다도 지어야 되겠다' 원래는 에너지가 많은 중동을 생각했는데, 중동이 저 모양이 됐죠. 안정적인 자리를 찾고 싶은데 중국은 들어갈 수가 없어요. 동북아에 믿을 만한 지역이 일본과 한국밖에 없어요. 근데 일본 전력 요금이 우리의 2.5배 정도로 비싸요. 안정적이고 싸고 전기가 끊어지지 않는 나라를 찾기 어려워요. 빅테크들이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싶습니다. 그런 회사들이 자꾸 문을 두드리고 있죠.

이렇게 데이터센터 짓기 좋은 환경인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그런데 지방으로 가라는 게 첫 번째 명령이에요. 해외 인력이 거기 상주를 해야 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려면 인센티브가 있든지 수도권의 발전기를 열어주든지 해야 된다. 지산지소라고 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그 지역에서 많이 쓰면 송전망을 적게 지어도 되죠. 그래서 지방에 있는 발전기 쪽으로 넘어가는 게 데이터센터의 입장에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하나의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수도권은 다 막아버린다? 그러면 데이터센터가 자기 위치를 마음대로 결정을 못 하게 되죠. 어려운 문제예요. 발전소를 자꾸 한 곳에 몰아서 짓고 나면 송전망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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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생 에너지는 지리적으로 국한되는 자원이에요. 태양이나 바람이 좋은 지역에만 깔죠. 거기에 산업단지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송전망을 더 깔아야 되거든요. 최적의 위치가 무엇이냐를 잘 고민해야 된다.

전기가 곧 국가 경쟁력…AI 패권의 진짜 승부처

Q. 전력 경쟁력이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쟁력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연결고리를 구체적으로 짚는다면?

과거에 제일 중요한 에너지는 석유였고, 그게 페트로 스테이트(석유 국가)입니다. 요즘은 일렉트로 스테이트(전기 국가), 전기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나라. 전기를 충분히 만들어내야 돼요. 저렴하게 만들어내면 더 좋고요. 앞으로는 에너지 패권이 전기로 넘어간다.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과거에 시추하고 매장된 걸 찾던 시절에서 발전소를 어떻게 지을까, 송전망을 어떻게 깔까, 배터리를 어떻게 연결할까, 그걸 안정적으로 돌리기 위한 차단기·변전기 같은 시설은 어디에 어떻게 놓을까 등이 앞으로 에너지 패권 싸움에서 핵심이 될 거예요.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GDP의 30%를 차지하는 막대한 에너지 다소비 국가예요. 에너지를 많이 써서 에너지원 수입을 많이 하니까 막아야 된다? 우리가 다 쓰는 게 아니에요. 중간재로 에너지를 쓰고 가공 무역을 해서 외국에 팔아요. 에너지 수입을 막으면 수출도 줄어든다는 이야기예요. 수입 에너지를 잘 활용해서 전기를 얼마나 만들 것이냐라는 게 첫 번째.

두 번째는 국내 에너지 산업을 일으켜야 된다. 국내에 있는 에너지는 재생 에너지, 그리고 소규모의 우라늄만 있으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요. 에너지 안보의 또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전기 국가로 가는 방법은 전력 설비의 안정성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줄 만한 걸 만들어내야 돼요. 그러니까 무탄소 에너지인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를 국내 에너지로 본다면 많이 늘리는 게 좋기는 해요.

앞으로 에너지 패권에 중점적인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공급망과 기존 소재, 원소재까지의 공급망을 다 갖추고 있는 나라가 아니면 중국에 매달려야 돼요. 우리나라가 현재 잘하고 있지만 미래에도 잘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줘야 된다. 전기 국가로 가기 위해서 전기의 사용량이 늘어날 것을 예측하고 데이터센터에도 반도체 설비에도 충분히 공급해서 전력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산업에서 화석 연료를 쓰는 부분도 전기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과정에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해요. 돈을 많이 투자해서 그 산업들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도록 해야 된다.

Q. 우리나라는 그런 걸 잘할 수 있는 나라인가요?

중국이 갖고 있는 모든 밸류체인, 재생에너지 또는 배터리, 전기자동차, 전력기자재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반도체, 자동차, 방산, 철강, 석유화학 등을 하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밖에 없어요. 반도체는 우리가 더 잘하는 거고,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SMR 사업들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런 원전 기술들은 우리나라가 최고고요.

서구권에서 원전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나라는 프랑스와 우리밖에 없어요. 그런데 프랑스는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비싸요. 건설 기간이 가장 짧고 가장 저렴하게 짓는 게 우리나라예요. 그러니까 원전과 관련 기술은 독보적이라고 보면 되고, 미국이 원전을 30년간 안 지었는데 지으려고 한다면 손 벌릴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거죠.

전력기자재 산업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산업입니다. 우리나라 전력 3사는 데이터센터에 설비를 공급하는 게 넘버 원입니다. 물론 중국을 미국이 막아주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WTO 체제가 무너지고 보호무역주의, 블록화 경제로 가는 동안, 미국이 중국을 블록해주는 동안 우리는 미국과의 설비 수출이 끊임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설비가 없는 건 아닌데 그만큼의 설비를 늘려줄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밖에 없거든요.

미래의 성장 산업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센터도 많이 짓고 데이터센터에 전기도 충분히 공급하고 반도체 공장도 확장하고 제조업에서는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작업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보면,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제조업도 망한다.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켜야 돼요. 그래서 전력기자재 산업과 반도체가 이끌어가는 경제 체제로 빨리 전환해야 된다.

이주수 |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은 안정적인 에너지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는 우리 산업이 흔들림 없이 성장하고, 미래 세대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_es2GIlzV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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