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마약 범죄에 총력 대응을 밝히고 나선 지 200일이 지났습니다. 합동수사본부의 강도 높은 단속으로 지난해에만 2만 3천여 명이 검거됐고, 온라인 마약 거래와 해외에서 밀반입하다 적발된 마약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성과와는 별개로 검거된 이후에도 다시 마약을 찾는 재범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마약에 처음 손을 대는 나이도 10대와 2·30대가 전체의 60%를 웃돌고 있습니다. SBS는 오늘(7일)과 내일 마약사범 처벌과 치료, 재활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제희원, 이세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희원 기자>
의류 디자이너였던 30대 A 씨.
3년 전 친구들과 찾은 클럽에서 합성 마약 '엑스터시'를 투약하다 적발돼 10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마약에 다시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수감생활 시작부터 예상과 달랐습니다.
수감자끼리 마약 판매처를 공유하거나 다른 마약을 권하는 일이 일상이었던 겁니다.
[A 씨/마약 투약 후 구치소 수감 : 재범자, (마약) 판매자랑 같이 생활했었어요. '나가서 (약)하자', '여기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마약을 했을 때 막 짜릿했던 경험들도 (공유하고).]
마약사범의 경우 초범과 재범, 투약자와 판매자를 분리 수용하라는 내부 지침이 있지만, 이미 정원을 초과한 교정시설이 많아 실제론 일반 수형자와 분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A 씨/마약 투약 후 구치소 수감 : 엄청난 유혹인 거죠. 형을 마감하고 나가도 다시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거니까요.]
구치소 내 여러 유혹을 극복한 A 씨는 출소 후 40시간의 재활 교육에 전념하고 서적을 찾아 읽으며 중독과 싸우는 방법을 스스로 익혔습니다.
하지만 A 씨처럼 출소 후에도 단약을 이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3년 전 50%를 밑돌던 마약사범 재범률은 꾸준히 증가해 2024년에는 51.9%, 올해는 5월 기준 56.5%를 기록했습니다.
10명 중 6명 가까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전에 비해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반면, 중독의 고리를 끊도록 돕는 곳은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습니다.
[안준형/마약 전문 변호사 : (마약과의) 전쟁 대상이 판매자나 생산자가 되는 건 이해하는데 (투약자는) 질병 코드가 나오는 의존증 환자인데, 지원은 없고 처벌만 하니까 자꾸 안 줄어드는 거예요.]
긴 터널을 지나 스스로 새 삶을 다짐하는 경우도 있지만, 투약 중독자 스스로 힘만으로는 중독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마약사범 둘 중 하나는 다시 마약에 손을 댔고, 장기간 단약에 성공한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이세현 기자>
마약 중독은 처벌 못지않게 치료와 회복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필요한게 바로 '회복의 다리'인데요.
중독에서 일상으로, 이들의 회복을 돕는 기관들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마약 중독자들의 생활 공동체 '다르크'는 단약과 사회 복귀를 돕는 민간 시설입니다.
상담이나 약물 치료만으론 중독을 끊어낼 수 없었던 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응원하면서 회복에만 전념하는 곳입니다.
[다르크센터 입소자 : 일단 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단약에) 제일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독서 치료·미술 치료·연극 치료도 있었고요.]
정부 보조금이 일부 나오지만, 입소자 한 명당 매달 70만 원씩 각자 비용을 냅니다.
자격증 취득을 비롯한 진로 상담, 직업 재활을 통해 마약 중독자라는 낙인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겁니다.
[최진묵/인천 다르크 센터장 : 수감 이후에 사회 재활을 국가에서 준비를 해야되는데 국가가 좀 늦었어요 이게. 그래서 민간에서 먼저 시작을...]
1985년 일본에서 시작된 다르크는 2012년 국내에 도입돼 한때 5곳까지 늘었지만, 재정 문제와 지역 주민 반대 등으로 현재는 2곳만 남았습니다.
마약 중독은 갈수록 느는데, 형사 처벌 이후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는 곳은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재활 프로그램은 걸음마 수준이란 평가가 많습니다.
교도소 내에서 재활을 돕는 '회복 이음 과정'의 올해 참여 인원은 230명으로 예상돼, 지난해 수용된 마약류 사범의 3%에 불과합니다.
식약처의 함께한걸음센터는 8년 전 문을 열기 시작해 현재 전국 17곳까지 늘었지만, 형사 처벌에 따른 의무 교육을 주로 소화하는 실정이고, 직업 재활처럼 사회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최진묵/인천 다르크 센터장 : 사회 재활이라는 건 그냥 마약을 끊는 과정이 아니고요. 어떤 일을 할지 어떻게 살아갈지를 준비해야 되는 시간이거든요.]
마약 중독 회복과 재활을 개인의 의지에 맡길 게 아니라, 이들이 다시 마약을 찾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단속과 처벌 그 이후를 더욱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양지훈, 영상편집 : 최혜영·윤태호, 디자인 : 서승현·황세연, VJ : 김형진, 화면제공 : 서울경찰청·인천다르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