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40도 폭염에 장례식장도 부족한데…에어컨은 사치품?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동영상 표시하기

<앵커>

40도를 웃도는 역대급 폭염이 유럽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폭염과 관련한 사망자가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만 지난달 3천 명 넘게 나온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요. 파리에서는 장례식장이 부족할 지경이라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그동안 유럽의 여름은 습도도 낮고 비교적 선선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

기상 전문가들이 지목한 주범은 거대한 기상이변 오메가 블록.

원리는 간단합니다.

북극과 남쪽의 온도 차이로 원래는 팽팽하고 빠르게 돌아야 하는 Z기류가 지구온난화로 힘없이 늘어지면서 그리스 문자 오메가 모양으로 급격히 꺾인 것인데요.

그 안에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고기압이 갇혀 유럽 대륙 한복판이 그대로 오븐처럼 펄펄 끓게 된 것입니다.

이번 프랑스 초과 사망 현황을 보면,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85%, 특히 자택 사망은 40%나 급증했습니다.

이번 폭염 사망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유럽의 극히 낮은 에어컨 보급률인데요.

광고
광고 영역

2000년대 이전까지 유럽 대부분 지역의 여름 기온은 20~25도 내외로 안정적이었습니다.

과거에도 폭염은 있었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고온 현상은 드물었죠.

이 때문에 유럽에서 에어컨은 오랫동안 생활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인식됐습니다.

[김지수/파리 거주 3년 차 : 가정에서 에어컨은 정말 저는 한 번도 못 봤고요. 가정집뿐만 아니라 카페나 식당, 학교나 심지어 대중교통까지도 에어컨이 없고 있더라도 정말 바람이 약한 곳이 많아요.]

에어컨이 있다 하더라도 유럽은 전기 요금이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힐 정도로 비싸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부담입니다.

그동안은 그렇다 쳐도 이제라도 에어컨 달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유럽 구도심 대부분은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이라 외관을 훼손하는 실외기 설치가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밖에 대부분이 100년 넘은 노후 건물인지라 냉방 시스템 구축에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고요.

내부 전선 설비마저 낡아 에어컨의 전력 부하를 감당하지 못하고 합선 화재를 일으킬 위험이 큽니다.

하지만 생존의 위협 앞에 이 모든 것을 뚫고 프랑스 전역에서 단 하루 만에 에어컨과 선풍기 구매율이 평소 1천 배까지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사태가 이쯤 되자, 이 에어컨 보급 문제는 정치 싸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유럽 안에서도 유독 에어컨 설치의 소극적이었던 프랑스가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인데요.

현재 극우성향 국민 연합은 대규모 정부 보조금으로 냉방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

이번 대규모 사망 사태를 두고는 수년 동안 준비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비극이라며 현 정부를 신랄히 비판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프랑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앞장서온 나라라며 오히려 자신들의 기후정책 덕분에 폭염 빈도가 낮은 것이라 맞받아쳤죠.

국민연합에 대항해 탄소 배출량만 늘리는 에어컨 대신 내열성이 뛰어난 건물을 늘려야 한다는 극좌 성향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입장도 강경하고요.

흥미로운 것은 과거 에어컨 보급을 반대해 온 녹색당이 에어컨 없이 생존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며 기류 변화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현재 유럽 각국 정부는 기업과 학교의 근무·수업 시간 단축을 권고하고, 조기 방학과 대규모 휴가령을 내렸고요.

루브르, 에펠탑 등 냉방 설비가 부족한 오래된 문화유산은 조기 폐장.

에어컨 시설이 있는 공공시설은 무료로 개방해 시민들의 긴급 대피소로 삼고 있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김지수/파리 거주 3년 차 : 솔직히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더위를 피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고요.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동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더위 쉼터 같은 공간도 많이 마련돼 있잖아요. 근데 여기는 그런 거는 찾아볼 수도 없고, 개인이 각자 버티는 방식이 많이 의존하고 있는 거 같아서 아직은 폭염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기습적인 폭염이 일상이 될 수도 있는 유럽.

앞으로 그들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