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16개를 한 몸에 몰아넣으면 좋은 카메라가 나올까요.
Light L16은 그걸 진짜로 만들어본 물건입니다.
크기는 5인치대 스마트폰 정도인데,
그 좁은 면에 렌즈가 16개나 박혀 있죠.
그중 몇 개는 잠망경 구조라,
거울로 빛을 꺾어서 센서로 보냅니다.
작동 방식은 이래요.
여러 렌즈가 동시에 셔터를 누르고,
소프트웨어가 그 이미지들을 하나로 합쳐서
고해상도 사진이랑 깊이 정보를 만들어냅니다.
지금 스마트폰이 소프트웨어로 하는 일을,
L16은 10년 전에 렌즈를 잔뜩 달아서
하드웨어로 밀어붙인 겁니다.
발상 자체는 대단했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일단 기기가 두껍고 못생겼어요.
달려 있는 버튼이랑 포트도
절반쯤은 실제로 쓸 일이 없습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소프트웨어는
나왔을 때부터 이미 낡아 있었고,
찍고 확인하는 과정은 매번 굼떴죠.
원본 제대로 보려면 컴퓨터에 전용 프로그램까지 깔아야 했습니다.
잘 찍으려면 조건도 얼마나 많은지. 빛 충분해야 하고,
피사체 멈춰 있어야 하고, 손 안 흔들려야 하고,
마지막엔 합성 알고리즘까지 운 좋게 맞아떨어져야 나옵니다.
결국 L16은 실패했어요.
근데 너무 이르게, 너무 무리해서 실패한 탓에
지금도 기술사의 괴작으로 남아 있죠.
(기획: 하현종 / 연출: 박경흠 / 조연출: 천세연, 김은총 인턴, 양기창 인턴, 오태현 인턴 / 기술: 유세훈 / 촬영: 유세훈, 정훈 / 편집: 정혜수 / 브랜드 디자인: 김태화 / 음악: 김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