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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상화폐 대책은 왜 관세청에서 유출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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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정부 정책 추진 과정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사건이 터졌다. 가상화폐 투기 과열과 이를 악용한 범죄를 막기 위한 관계부처 차관회의. 이후 오후 2시 36분이 돼서야 언론에 배포된 이 회의 보도자료 초안이 오전 11시 57분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이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단 조사 결과, 유출 기관은 뜻밖에도 관세청이었다. 유출 빌미 제공한 건 외환조사과. 회의 시작 10분 뒤, 관세청 외환조사과 A 사무관은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부터 초안을 전송받는다. 자료를 보고 의견을 달라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낸 것이다. 여기서 그쳤다면 사건은 터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3분 뒤, A 사무관은 같은 과 전현직 동료 단체 카톡방에 이 사진을 올리고 만다. 17명이 대화하는 방이었다.

여기 속한 C 주무관이 다른 관세청 직원 7명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방에 다시 사진을 퍼 나른다. 관세청 전현직 공무원들의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사진이 오간 지 20분 뒤, 이 7명 방에 있던 D 주무관은 결국, 민간인이 있는 외부 단톡방에 사진을 유출한다. 관세청을 떠난 정부 자료는 그로부터 1시간 27분 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음 게시됐다. 대책이 예상보다 온건하다는 반응에 비트코인 값이 급반등 하는 등 혼란이 속출했다.

관세청 산하 공항이나 항만에 위치한 세관은 관세 부과와 수출입물품 통관, 밀수 단속을 책임진다. 이런 기관 공무원들은 왜 ‘가상화폐 대책 유출자’가 됐을까. 배경엔 지난 10월과 12월 한차례씩 SBS 8뉴스로 보도된 신종 범죄 의심 사건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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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사람들은 세관이 있는 곳이 곧 국경이라고 말한다. 세관 공무원들은 국경에 서서, 거액의 현금을 해외로 부당하게 반출하는 자국민은 없는지 감시한다. 통화 가치를 지키고, 범죄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걸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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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게이트’는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옆 인천세관출국검사관실이다. 미화 1천 달러, 우리 돈 천 만원 넘는 현금을 휴대한 채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은 여기서 신고를 거쳐 출국하도록 돼 있다. 기자는 지난 10월, 30대 남성들이 수십 억대 원화나 달러를 휴대한 채, 동남아시아 국가로 종종 출국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 6월부터 넉 달간 들고나간 돈은 약 70억 원이었다. 한 번에 원화나 달러 2~3억 원을 여행 가방에 싣고 나갔다. 이런 거액 반출은 수십 차례나 허용됐다.

당시 관세청은 이들이 교묘히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돈을 들고나가는 사람이, 반출 목적을 ‘여행경비’라고 주장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거였다. 실제 현행 외환거래법상 여행경비는 상한액 규정이 없다.

하지만, 후속 취재 결과로 드러난 이들 일당의 속내는 여행과는 무관했다. 그들은 기자에게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싸게 사려고, 거액을 들고 출국하는 거라고 말했다. 태국이나 홍콩 등 현지 거래소에서 직접 현지 화폐로 가상화폐를 산다는 거였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가상화폐 시세가 싸고, 수수료도 적다. 이렇게 싸게 구한 가상화폐는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거래소에서 파는 것이다. 기자는 이런 후속 취재 내용을 지난 10일 SBS 8뉴스로 다시 보도했다. 일종의 차익을 노리고 출국하는 ‘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가 처음 알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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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정투기는 그러나, 불법 환치기 범죄로 봐야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쌀 때 산 가상화폐를 국내로 보내 차액을 챙기는 과정에서 차액을 챙기는 건, 불법 외환거래에 해당한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국무총리실은 주무부처인 관세청에 가상화폐를 악용한 환치기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20일엔 후속조치로 내년 3월 말까지 단속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해당 계좌나 허위 증빙을 통한 자금 반출 등을 집중 단속해, 위법사항은 수사 의뢰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관세청에 외환조사과가 사실상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관세청은 외국환 범죄 조사 업무 특성상 정보에 민감하다 보니, 관련 공무원들이 해당 내용을 신속하게 돌려본 게 화근이었다고 답했다. 재발방지와 엄중 문책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관세청이 제 역할을 다한 건 아니다. 가상화폐 원정투기를 목적으로 거액을 반출한 일당들은, 지난 6월 이미 인천세관 당시 담당 간부에게 거액을 반출하는 진짜 목적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이들 공무원들의 법적용 방식은 말 그대로 ‘법대로’였다. 세관은 해외여행 경비에 상한이 없다는 주장을 번번이 수용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원정투기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원정투기의 실체가 SBS 보도로 공개되고, 해당 범죄를 단속하라는 정부의 명령이 떨어졌다. 관세청이 오명을 벗는 길은 하나뿐이다. 철저한 단속으로 해당 범죄를 막아낸 실적. 신뢰의 싹은 오직 결과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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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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