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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젊은 유커 '주링허우'를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

- 문화, 여유 그리고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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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오는 손님 즉, '유커'가 눈에 띄게 젊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내 소비를 이끌고 있는 '주링허우'(九零後) 즉, 90년대 태어난 세대들이, 한류 관광에서도 주류가 됐기 때문인데, 혼자나 둘이서 '개별 관광'을 즐기고 모든 정보를 '모바일'로 찾는 이들을 모시려고, 유통업계도 맞춤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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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서울 보려고…자유여행으로 다시 찾는 한국

서울 이화동 벽화마을. 한국 사람들에게도 숨겨진 명소로 여기지는 곳입니다. 지난 9일, 벽화가 그려진 좁은 골목을 걸으며 셀프 인증샷을 찍는 두 여성을 만났습니다. 영락없는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만, 올해로 두 번째 서울을 찾은 중국 직장인들입니다. 중국 난징에서 온 27살 동갑내기 첸한위 씨와 차이커커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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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떻게 이런 곳까지 찾아온 걸까요. 답은 SNS였습니다. 이곳이 벽화로 유명하고, 드라마에도 자주 나온 곳이란 걸, 블로거를 통해 봤다는 겁니다. 그런데 첸한위 씨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서울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단체관광 때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패키지 단체여행으로 서울을 찾은 그녀는 깃발 든 가이드 뒤만 열심히 쫓아다녔습니다. 남은 기억은 대형 관광버스와 경복궁뿐이라고 합니다.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서울을 다시 찾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녀의 답은 "스스로 한국의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서." 일단, 숙소 선정부터 달랐습니다. 선택은 시내를 돌아보기 좋은 한복판 남대문이었습니다. 올해 새로 문을 연 비즈니스호텔 가격은 평일 기준 500위안, 8만 5천 원 정도 됩니다. 친구인 차이커커와 나눠내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질 않았다고 합니다. 한 끼 식사엔 150~300위안을 썼다고 합니다. 한 끼에 각자 1만 2천 원에서 2만 5천 원 정도 쓴 셈입니다. 꽤 부담 가는 액수지만, 크게 비싸다고 느끼진 않는 눈치입니다. 중국에서도 한국식당을 찾으면, 비슷한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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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별관광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흩어져 온다고 해서 '싼커(散客)'라 불리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해 5월 발표한 '2015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중국인 개별 관광객은 2012년 전체의 64.4%에서 2013년 66.2%, 2015년 67.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첸한위 씨 일행처럼 씀씀이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작년 조사에선 이들 '싼커' 1인 평균 지출은 2,483달러로, 보통 단체관광객보다 19.4%나 지출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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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한위 씨 일행이 다닌 곳만 보면 그 이유가 나옵니다. 그들은 신사동 가로수길과 청계천, 명동, 대학로, 이화동 등을 대중교통으로 다녔습니다. 천천히 카페에서 차를 사 마시고, 길거리 쇼핑도 했죠. 특히 밤엔 명동거리에서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고 합니다. 늦은 밤 걸어서 남대문 숙소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느낀 만족감은 훨씬 커 보였습니다. 첸한위 씨는 이번 한국여행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단체로 왔을 땐 유명한 관광지만 보여줬죠. 이번엔 혼자서 좀 느리게, 한국의 문화나 분위기를 좀 더 느낄 수 있다는 게 차이죠."

● 문화, 여유 그리고 모바일

문화와 여유. 두 가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게 '주링허우'가 '싼커'가 되어 한국을 다시 찾는 이유로 보입니다. 그런데 관광뿐 아니라, 쇼핑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 DDP 앞 두타면세점에서 만난 대학생 량징치와 우환이 씨는 1996년과 이듬해 각각 태어난 대학 새내기들입니다. 중국 베이징 부근 허베이성과 상하이 남쪽 저장성 출신. 이들 역시 4박5일간 한국을 자유여행 중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지난 1월 단체여행을 한번 다녀간 경험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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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 돼 이들이 서울을 다시 찾은 건, 좀 '제대로' 쇼핑을 하고 싶어서였답니다. 지난번 단체관광 가이드를 따라, 저가 면세점만 반강제로 돌아보고 귀국한 게 가장 아쉬웠다는 겁니다. 첫 서울 자유여행엔 일단 쇼핑을 제외한 모든 비용을 각자 170만 원 정도에 맞췄다고 합니다. 역시 정보는 모바일 검색으로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면세점에서 진행하는 한류스타식 메이크업 이벤트에 응모했고, 여기 당첨된 거죠. 이 이벤트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기 시작했고, 동대문과 명동을 잇는 '쇼핑 투어' 계획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요즘엔 중국인들도 외모로 보면, 내국인과 구별이 어렵습니다. 한국 내 중국 유학생도 많아서, 인터뷰 섭외는 물론 취재도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사실 중국어를 못하는 제 처지에선, 중국인 유학생을 가이드 삼아 이런 중국 관광객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취재를 도와준 유학생은 한 가지 '구별법'을 알려줬습니다. 이 방법을 썼더니, 100% 중국인 관광객만 선별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구별법의 핵심은 휴대전화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겁니다. 눈앞에 있는 중국인이 뭔가 큰 소리로 휴대전화 송신구에 말을 하고, 잠시 뒤 수신구를 귀에 갖다 댄다면, 당신은 100% 관광객 앞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보는 모습은, 중국인들이 우리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위챗으로 '음성메시지'를 주고받는 풍경인 거죠. 이렇게 중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쇼핑 전후 구매를 상의하는 겁니다. 주로 어떤 물건을 살 거라고 얘기하거나, 필요한 게 없느냐는 문답을 그렇게 주고받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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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쇼핑법을 무어라 불러야 할진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 건 이런 방식엔 스마트폰 데이터가 엄청나게 소비된다는 점입니다. 관광공사가 조사한 지난해 중국 관광객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 시간을 볼까요? 하루 평균 213분으로 미국 관광객 125분, 일본 관광객 99분에 비해 각각 1.7배, 2.2배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해외인 한국 서울에 와서도, 3시간 반이나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쓴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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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들이 무료 와이파이를 원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동대문에서 만난 량징치와 우환이, 두 젊은 손님은 "무료 와이파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와이파이가 잘 갖춰진 곳에선 더 오래 머물게 되고, 뭐라도 하나 더 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유통업체는 앞다퉈 '빵빵한' 와이파이를 모든 건물에 켜둡니다. 심지어 명동 신세계 면세점은 서울광장과 명동거리까지 중국어 알림 문구를 쓴 무료 와이파이까지 제공합니다. 인터넷 접속 전엔 쇼핑 광고를 삽입하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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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왁자지껄 쇼핑한 뒤에, '주링허우'들이 하는 일은 뭘까요. 맨션, 트윗 혹은 모멘트 등등 뭐라 불러도 본질은 똑같은 뭔가를 하는 겁니다. SNS에 글과 사진을 남기는 거죠. '주링허우'는 대부분 외동이어서 거침없이 자랐다고 합니다. 관광과 쇼핑에서도 주관과 취향에 민감합니다. 그들이 '올릴' 수 있는 콘텐츠를 주는 것도 몹시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두타면세점 전창수 마케팅팀장은 '주링허우'가 유행에 앞선 즉, '트렌디'한 제품을 보면, 선도적으로 확산하는 소비계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런 속성에 주목하는 게 곧 매출 증대의 시작이란 겁니다. 문화, 여유 그리고 모바일. '주링허우'의 발길을 꾸준히 서울로 돌리려면, 관광 정책 역시 당분간 이 세 단어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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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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