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범죄조직이 테러나 살인 등 중대 범죄를 준비하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 정비에 나섰다.
26일 아사히(朝日)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범죄 조직에서 두 명 이상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범죄를 계획·준비하면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을 최근 마련했다.
새 법안은 조직적 범죄를 계획·준비하면 '조직범죄집단에 관계된 실행 준비 행위를 동반하는 범죄 수행 계획죄'(테러등조직범죄준비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거나 10년을 넘는 유기징역·금고인 범죄를 준비하면 5년 이하의 징역·금고로 처벌한다.
법정형이 4년 이상 10년 이하인 범죄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금고로 처벌하며 4년 미만의 범죄를 준비한 것에는 테러등조직범죄준비죄를 적용하지 않는다.
테러등조직범죄준비죄는 과거 국회에 제출됐다가 폐기된 '공모죄' 신설 법안에서 적용 대상을 압축하고 구성 요건을 변경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공모죄에서 '단체'로 규정했던 법률 적용 대상을 '조직범죄단체'로 구체화했다.
이는 테러 조직, 폭력단체, 인신매매 조직,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 집단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공모'라는 용어 대신 '2명 이상이 계획'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가담자가 '범죄의 실행을 위해 자금·물품을 취득하거나 다른 준비 행위'를 하는 것을 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 추가했다.
법안은 다음 달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자국이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테러등조직범죄준비죄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법안 제출 시기 등이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며 관련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테러등조직법죄준비죄는 공모죄 신설을 추진할 때와 비슷한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요건과 적용 대상은 공모죄보다 압축됐으나 여전히 대상 범죄가 600종이 넘고 기준이 모호해 정부에 의해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일본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과거 공모죄 신설을 추진할 때 일었던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 테러 대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공모죄라는 음산한 이름이 좋지 않아서 '개념이 점점 확대한다', '인권문제다'는 비판을 받았다. 긴 이름으로 바꿔서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한 법률인 것을 명확하게 한다"는 아베 정권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일본에서는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때 공모죄를 신설하는 법안이 3차례 발의됐다.
그러나 대상 범죄의 종류가 많은 탓에 일본변호사연합회나 형법학자 등으로부터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회사 동료끼리 술집에서 상사를 죽이자고 얘기를 한 것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등의 비판이 대두해 매번 법안이 폐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