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에도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듭하면서 동남아시아의 전통적 우방들 사이에서 북한과 거리를 두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24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주재 안광일 북한 대사는 지난달 26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직전 레 르엉 밍 아세안 사무총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안 대사는 밍 총장의 출신국인 베트남과 북한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강조하며 협력을 촉구했으나, 밍 총장은 "나는 베트남이 아니라 아세안을 대표한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로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세안 관계자는 이에 대해 "면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안 대사는 이달 초에는 주인도네시아 미얀마 대사를 만나려 했지만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다른 전통적 우방들도 북한 측과의 접촉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 외교가에서는 캄보디아가 지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리용호 신임 북한 외무상의 양자 접촉 요청을 사양했으며, 이후 북한이 미얀마와 캄보디아, 라오스 측에 4자 회의를 제안했지만, 호응이 없어 역시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해까지 북한과 다양한 경제협력 관련 행사를 진행했던 인도네시아도 올해 들어선 북측의 각종 방문·행사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비자 면제 대상국 범위를 대폭 확대한 인도네시아는 애초 면제 대상국 명단에 포함돼 있던 북한 등 5개국을 급진주의와 테러리즘, 국제범죄 확산이 우려되는 국가라며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도네시아 내의 유일한 북한 사업장인 자카르타 북한식당도 올해 4월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인도네시아 방문 이후 단속이 강화되는 등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른 한 편에선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에 등을 돌렸다고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회원국들로 하여금 이후 3개월 동안의 결의 이행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6월 2일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동남아 10개국 중 현재까지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국가는 싱가포르와 라오스 2개국 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