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7일(현지시간) 우파 언론인 2명에게 대선 캠페인의 주도권을 넘겨줬다.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대표인 스티브 배넌에게 캠프 좌장인 최고경영자(CEO)를 맡기고, 여성앵커 성희롱 추문 탓에 폭스뉴스의 회장에서 물러난 로저 에일스에게 대선 승부처인 TV토론 전략을 사실상 조언받음으로써 지지율 추락의 벼랑끝 위기를 타개하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
공화당과 보수층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2개 매체의 수장을 앞세워 보수층을 크게 끌어안는 포퓰리즘 여론몰이로 대선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CNN 등은 풀이했다.
트럼프가 배넌을 CEO로 발탁했다는 깜짝 소식은 그가 오는 9월26일로 다가온 대선 첫 TV토론을 앞두고 비공식으로 에일스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온 지 24시간도 안 돼서다.
CNN은 "배넌과 에일스의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은 우파 언론의 공화당에 대한 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축도"라며 "미디어를 잘 아는 리얼리티 TV스타 출신인 트럼프가 선거 승리를 위해 정치적 기반을 확장하기보다는 보수 청중들에게 구애하는 데 더욱 골몰해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선캠프는 '보수의 팡파르' 격인 매체들에 의해 지금껏 캠페인의 땔감을 공급받아왔다.
1990년대부터 영향력이 커진 드러지리포트와 토크라디오, 폭스뉴스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브레이트바트와 더블레이즈 등 온라인 매체가 요즘 가세했다.
이들 매체가 공화당에 갖는 영향력은 강력하다.
극우 티파티 등이 한때 공화당을 좌지우지한 것도 이들 매체가 뒷배였다.
이들 매체로 인해 미 상·하원 의회에서 보수 목소리는 한때 실종되는 지경이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콜러스 크리스토프는 CNN머니에 "토크라디오, 폭스뉴스, 그리고 보수적 웹사이트들은 트럼프와 같은 아웃사이더가 공화당 주류들을 무너뜨릴 공간을 만들어냈다"며 "이제 트럼프는 처음에 그에게 목소리와 힘을 주었던 미디어 게릴라들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공식 채널을 배넌, 비공식 채널을 에일스에게 맡긴 셈이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이들에게 백악관 입성의 꽃길까지 깔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
브레이트바트뉴스는 고인이 된 앤드루 브레이트바트에 의해 2007년 설립됐다.
올들어 '친(親) 트럼프 매체'를 자처했다.
저널리즘을 공익에 봉사하기보다는 파당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수주의와 포퓰리즘 전파에 주저함이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음모이론도 많이 만들어냈다.
당의 온건파들에 대한 공격에 앞장섰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는 원수지간이다.
CNN은 "배넌은 트럼프와 비슷하다"며 "전투적이고 주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폭스뉴스 회장을 지낸 에일스도 역시 트럼프에게 정치적 플랫폼을 선사해준 인물이다.
적절히 제한적 비판을 하되 말할 기회를 맘껏 주었다.
트럼프 지지자를 자처하는 폭스뉴스 진행자인 숀 해너티는 툭하면 트럼프를 불러내 오랜 시간 정견을 발표하게 했다.
TV 가운데 폭스뉴스가 트럼프를 가장 많이 취재한 매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폭스뉴스의 시청률은 독보적 1위다.
그 일등공신이 보수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에일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