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여성이나 성전환자에 대한 미국 현지 경찰의 성차별적 관행이 미 법무부 보고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 법무부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경찰에 대한 15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가 담긴 163쪽의 보고서를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애초 이 보고서는 흑인을 상대로 한 경찰의 인종차별적 행태를 지적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경찰의 성차별적 관행도 보고서를 통해 고스란히 폭로됐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과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볼티모어시 경찰이 성폭행 여성 피해자의 신고나 증언을 묵살하고, 성매매 여성이나 성전환자에게 적대적이었다며 이러한 성적 편견은 경찰 조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예컨대, 현지 경찰은 성폭행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여성 피해자를 나무라거나 성매매 여성이 아닌지 의심하는 등 모욕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경찰은 피해여성에게 "왜 남자 인생을 망치려고 하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이런 성차별적인 행태는 검사나 수사관까지 확장됐다.
한 검사는 경찰과 나눈 이메일에서 여성 신고자에 대해 "남을 음해하는 매춘부로 보인다"고 묘사했고, 경찰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가해자 심문을 등한시하거나 DNA를 아예 채취하지도 않는 등 수사를 소홀히 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일례로 지난 2010∼2014년 볼티모어시 경찰에 접수된 성폭행 사건 중 '성폭행 증거 수집 키트'(rape kit)가 사용된 경우는 15%에 불과했다.
또 한 여성을 성폭행한 무등록 택시 기사의 신분이 확보됐는데도 경찰이 아예 잡으려 하지도 않아 수사가 흐지부지된 경우도 있었다.
이번 보고서는 성전환자에 대한 경찰의 몰이해도 지적했다.
한 성전환자 여성은 경찰관이 자신의 몸수색을 거부하며 동료에게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작년 볼티모어에 접수된 성폭행 사건 중 가해자가 체포된 경우는 17%에 그쳤고, 절반이 넘는 사건이 미제로 남았다.
보고서는 성폭행 사건에 대한 볼피모어 경찰의 대응이 '극도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을 미제로 처리하면서 성폭행 발생률을 급격하게 낮추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