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할 경우 그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가 클린턴 측에는 하나의 걱정거리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이자 대통령 남편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위치에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어깨 너머로 국정에 지나치게 관여할 수 있다는 달갑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후보의 보좌진은 집권 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각 회의에 참석하거나 백악관 상황실에 출입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NYT는 이 같은 구상은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은 뭔가 해야 할 일이 없을 때마다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기 시작한 것이 바로 1995년 연방정부 폐쇄 때였다.
퇴임 초기에는 한가한 부자 친구들과 어울리며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의 주무 장관인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과의 부적절한 회동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NYT는 과거 클린턴 부부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도를 넘은 행위에 따른 세간의 주목과 압박에 시달려온 점을 고려하면 남편의 도움이 되지 않는 충동을 억제하며 그를 잘 활용하느냐가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올라설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올해 69세이지만 여전히 중심에 서고 싶어 하며 지적 관심과 호기심이 왕성하다는 것이 그의 친구들의 전언이다.
클린턴 후보의 보좌진들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앉아서 요청이 있을 때만 발언하는 데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매일 세계 경제에 대한 책을 읽는 데 남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서 클린턴 후보가 집권 시 그에게 미국 경제 부활의 책임을 맡기겠다고 밝힌 데 대한 기대감이 일부 작용했다고 한 보좌관은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친구들은 가장 영리한 방법은 기후변화나 세계 빈곤, 에이즈 문제 등을 위한 태스크포스나 중동 평화 특별대사 등 중요하지만, 특정 현안에 집중된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의 보좌진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진심으로 부인을 돕고 싶어 하기 때문에 백악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데 흥분해 있다면서 만약 그에게 태스크포스 같은 제한된 역할을 맡기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아직 남편에게 공식 직책을 줄지 아니면 막후에서 자신을 돕도록 할지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는 지난 24일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대선 승리 시 "모든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남편에게도 "일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동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에게 어떤 역할을 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통찰력과 경험을 고려했을 때, 부인의 성공적 대통령직 수행을 보장할 수 있는 조력자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긴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힐러리 클린턴에겐'양날의 검'인 셈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대통령의 수석 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저건은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라는 두 사람의 관계는 초기에 매우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를 위해 충돌을 막기 위한 규칙을 매우 조심스럽게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인이 대통령으로서 수행하는 정책에 영향을 미쳐 자신의 재임기 때의 역사를 새로 쓰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 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