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건강문제로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두 달여 비우면서 군부가 부상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현지 일간 돈(DAWN) 등에 따르면 샤리프 총리는 지난 5월 말 영국으로 가 심장 수술을 한 뒤 이달 9일 귀국했지만,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로 가지 않고 고향인 라호르 인근 라이윈드에 계속 머물고 있다.
샤리프 총리는 애초 19일 수도로 돌아갈 계획이었으나 "다리에 난 상처에 감염돼 열병을 앓고 있다"면서 복귀 일정을 연기했다.
샤리프 총리의 딸 마리암은 자신의 트위터에 부친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며 하루 이틀 사이에 이슬라마바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지만, 총리실은 총리 복귀 일정에 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소속 정치인들은 최근 샤리프 총리가 라힐 샤리프 육군참모총장이 이끄는 군부의 정치 개입 압력에 직면했다고 말한 것으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제2야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의 임란 칸 총재는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칸 총재는 지난 17일 한 집회에서 "파키스탄 민주주의가 샤리프 총리의 독재로 위협받고 있다"면서 "군부가 샤리프 정부를 전복한다면 국민이 사탕을 나눠주며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민의 저항으로 인해 실패한 터키 쿠데타 사태를 언급하며 "파키스탄에서는 시민이 현 정부를 지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19일에도 "군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 라호르 등 주요 도시에는 최근 '무브 온 파키스탄'이라는 단체 명의로 샤리프 육군 참모총장의 사진과 그를 지지하는 문구를 담은 포스터가 대대적으로 부착되기도 했다.
포스터에는 샤리프 총장이 올해 11월 육군참모총장 임기가 끝나면 공직에서 은퇴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은퇴 발언은 옛말이 됐다. 이제 나서 달라"고 쓰여 있었다.
이에 파키스탄군은 포스터 제작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도 포스터 제작 단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칸 총재를 고발하는 등 파문 차단에 나섰다.
전직 장군 출신의 파키스탄 정치안보 분석가 탈라트 마수드는 "최근 총리 부재로 파키스탄의 민주주의와 의회체계가 여전히 취약함이 드러났다"면서 "총리가 더 자리를 비워야 할 경우 필요한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노력조차 없다"고 FT에 말했다.
한 서방 고위외교관도 "총리가 무한정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면서 "총리 복귀 지연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