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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샌더스, 무모한 도전을 절반의 승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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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현지 시각으로 어제(12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를 공식 선언하며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했습니다.

지난해 4월 29일 민주당 소속으로 2016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 2개월여 만입니다.

워싱턴 정치의 외곽을 맴돈 '아웃사이더' 정치인 샌더스가 대선 출마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미 워싱턴DC 정가와 주류 언론들은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거물 정치인 반열에 오른 클린턴에게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여론도 주류 정치권과 언론의 시각과 궤를 달리하지 않았습니다.

샌더스의 출마선언 직전에 실시한 '리얼클리어 폴리틱스'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의 62%는 클린턴을 지지했지만, 샌더스 지지자는 고작 6%에 그쳤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를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라는 출마의 변 그대로 샌더스는 무서운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미국 동북부의 조그만 주 버몬트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은 경선 기간 내내 돌풍과 이변을 연출하며 클린턴을 긴장시켰습니다.

자칫 지루할 뻔했던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활기를 띤 것도 샌더스의 선전 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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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변은 대선 첫 관문이던 지난 2월 아이오와 주 당원대회에서 벌어졌습니다.

클린턴 49.8%, 샌더스 49.6%로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결과에 샌더스 측은 "사실상의 동점"이라며 한껏 고무됐고, 이른바 '클린턴 대세론'은 잠잠해졌습니다.

좌파 중의 좌파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정치인이 주류 정당의 공식 경선 무대에서 이처럼 선전한 것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미 대통령에 무신론자가 당선될 가능성보다 '사회주의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더 낮다는 여론조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약점투성이'인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킨 원동력은 기성 워싱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였습니다.

그는 그들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을 제대로 낚아챘습니다.

진보적 젊은이들은 난생처음 전당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투표장에 몰려갔습니다.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나 반세기 넘게 정치 노선을 바꾸지 않고, '99%를 위한 대변인'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의 편에 서 온 샌더스에 열광한 겁니다.

그는 이에 발맞춰 최저임금 2배 인상, 누진적 상속세 부과, 공공의료 강화, 공립대학 등록금 무료, 불법 노동자 보호를 위한 이민개혁법 제정, 월가 개혁법 등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돌풍이 거셀수록 비판도 고조됐습니다.

민주당 내 경제학자들은 샌더스의 경제 공약이 "비현실적"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보냈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진보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2개 주에서 열린 3월 1일 경선을 기점으로 돌풍의 위력은 꺾였습니다.

민주당 내 기반이 넓지 않은 상태에서 '바람'에 의존하는 선거방식으로 '주류 중의 주류'인 클린턴을 꺾는 게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백인 중심의 진보 인사들과 대학생 위주의 젊은 층의 마음을 붙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주당의 핵심인 흑인의 표심을 놓쳤다는 게 그의 결정적인 패인으로 꼽힙니다.

3월1일 경선만 봐도, 그는 지역구인 버몬트와 백인 유권자 비중이 큰 오클라호마, 미네소타, 콜로라도에서 이겼을 뿐, 흑인 유권자 비중이 큰 앨라배마, 텍사스, 조지아, 버지니아 등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클린턴에게 완패했습니다.

이후 경선 레이스에서도 간간이 선전을 이어가긴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클린턴은 지난달 초 대의원 과반수인 매직 넘버를 달성하며 대선 후보직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샌더스는 민주당과 미국정치에 메가톤급 파문을 낳았고, 사실상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클린턴은 지난주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개혁, 대학 무상교육 등 '샌더스 공약'을 반영한 본선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샌더스에 대한 구애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샌더스는 클린턴 공식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샌더스 측 관계자는 CNN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샌더스 공약의 80% 정도가 관철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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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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