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웰스파고은행 모바일 뱅킹에 로그인하려면 스마트폰을 켜서 웰스파고 앱을 터치한 뒤 폰 스크린에 나타난 두 개의 노란 원에 자신의 두 눈을 맞춥니다.
입력된 생체 정보가 맞으면 곧바로 계좌가 열리고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웰스파고의 경우 거액이 오가는 기업 재무 담당자 등 주로 기업 고객들에게 이 서비스가 한정적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지문인식 등 생체인증을 통한 금융거래가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은행들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의 대형은행 고객 수 백만 명이 스마트폰의 지문인식 시스템을 통해 계좌에 로그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현재 2천만 명의 모바일뱅킹 고객 가운데 33%가 지문인식을 통해 계좌에 로그인하고 있습니다.
SF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생체인증은 사실 대형은행들이 수십 년간 공들여 연구해온 분야입니다.
전통적인 패스워드(암호) 입력 방식은 너무 길고 복잡해져 고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무엇보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수천만 명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 사회보장번호(SSN) 등 개인정보들이 범죄집단의 수중에 넘어간 상황에서 이런 고객 개인정보로는 안전한 금융거래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얼굴 스캔의 경우 조명이 어두울 때는 인식이 안 되는가 하면, 음성인식은 주변의 소음 등이 방해가 되고, 지문이나 눈동자 스캔을 위해서는 수천만 명의 고객 생체 정보를 인식하는 기계를 개발하고 이를 설치해야 해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져, 아이폰의 많은 모델이 지문인식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고,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있어 고객의 생체 정보를 정확히 생성해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최근의 스마트폰은 은행 계좌 소유주가 소지한 특정 전화에서만 생체 정보가 작동하는 이중보안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군인전문보험회사(USAA)의 톰 쇼우 기업금융범죄담당 부사장은 "이제 암호는 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이미 해킹을 당하거나 유출됐기 때문에 이제 이것들은 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부 고객들은 자신들의 생체 정보가 미연방수사국(FBI) 등 정보당국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자신들은 고객들의 생체 정보를 직접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템플릿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며 안전함을 강조했습니다.
만일 도둑이 생체 템플릿을 이용해 돈을 인출하려고 한다면 은행은 자동으로 인출하려는 사람의 본인 여부를 즉각 확인하는 추가적 보안 장치도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부분의 '아이 스캔'이 고객들에게 눈을 깜박이거나 눈동자를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도둑이 사진 등을 이용해 계좌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NYT는 "수많은 지점의 창구직원들, 엄청난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있는 구시대적 금융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이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개인정보가 아닌 생체인증을 통한 금융거래는 훨씬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