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공포에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인도 금융시장에는 '렉시트'(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퇴임)라는 먹구름이 추가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환율은 장중 전거래일보다 0.9% 뛴 달러당 67.6900루피에 거래됐다.
루피화 가치는 이로써 지난해 11월 9일 이후(종가기준 1.04%) 최대폭 떨어졌다.
이날 루피화 가치 폭락은 주말인 지난 18일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직원들에 보낸 메일에서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메일에서 "정부와 논의한 끝에 9월 4일 임기가 끝나면 학계로 돌아가려 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조국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라잔 총재의 연임을 사실상 막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3년 임기에 2년을 연장해 총 5년 재직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모디 정부는 이 전통을 라잔 총재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처음 깰 것으로 보인다는 게 통신의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내고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로 있던 라잔 총재는 만모한 싱 전 총리 때인 2013년 9월 인도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한 이후 곧바로 금리를 올리면서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과 '5개 취약국'으로 불릴 정도로 취약했던 루피화 가치를 안정시켰다.
작년에는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자 곧바로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는 등 기민한 정책운용으로 인도를 신흥국 중 승자의 자리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잔 총재는 인도 정부와 경제지표에 대한 서방국가의 오래된 불신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중앙은행 총재'로 칭송될 정도로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지만, 인도 내부에서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정신적으로 완전한 인도인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라잔 총재는 정부를 몇 차례 당황하게 한 전력이 있다.
표현의 자유와 다른 생각에 대한 관용에 대한 그의 널리 알려진 연설은 집권 여당인 인도 힌두민족주의 정당에 대한 모욕으로 읽혔고, 고성장에 대한 인도의 자아도취를 완화시키려는 성명은 거센 비난에 직면해 사과를 강요당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모디 총리와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라잔 총재의 통화긴축 선호(매파)에 대해 마음이 상한 나머지 그가 공격당하게 내버려뒀다는 후문까지 나왔다.
쿤 고 ANZ은행 선임 외환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브렉시트 투표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가득한 와중에 라잔 총재와 같이 큰 신뢰를 받는 인물이 퇴임한다는 것은 투자자의 신뢰에 해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를 실망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