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결 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둘 중 최선의 후보가 아닌 차악의 후보가 대통령에 뽑힐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요, 두 후보의 비호감도가 사상 최고인 50%를 넘는 가운데 제3의 후보가 등장함으로써 주목할만한 잠재적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김우식 특파원의 취재파일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거대 양당에 가려져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미국에는 자유당이라는 정당도 있습니다.
시민의 자유와 자유방임경제, 그리고 작은 정부를 추구하며 지난 1971년 콜로라도에서 출범했는데요, 현재 미국 전역에 당원은 41만여 명으로 세금을 낮추고 동성 결혼과 총기 소유, 마리화나 합법화, 또 낙태 등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연방 상하원 의원은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고 4년마다 후보를 뽑아 대선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1976년에 1.06%를 득표한 것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일 정도로 영향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초라하던 자유당이 올해 대선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자유당의 대선 후보로 게리 존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선출됐는데, 4년 전에도 대선 후보로 나서 민주당의 오바마, 공화당의 롬니 후보와의 경쟁 끝에 1%가 조금 안 되는 120만 표를 받은 바 있는 인물이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놀랍게도 지지율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리 존슨/자유당 대선 후보 : 보세요, 테이블에 앉은 또 하나의 목소리입니다.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의 최고의 장점만 합쳐놓았죠. 그 어느 쪽도 자신들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분야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사업가 출신인 존슨은 원래 공화당원 출신으로 1995년부터 8년간 뉴멕시코 주지사를 지낸 뒤 5년 전 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겼습니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웰드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도 공화당에서 올해 자유당으로 옮겼습니다.
그래서 감세와 관료주의 철폐 등 공화당의 정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요, 존슨은 TV에 출연해 트럼프를 인종주의자로 몰아붙이거나 입으로 바람을 불어 트럼프를 날리는 동작을 취하는 등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는 존슨을 변방의 후보라며 무시하고 있고 존슨이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실제로 극히 미미하지만, 힐러리와 트럼프가 초박빙 승부를 겨루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 즉 경합 주에서는 존슨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존슨이 대통령토론위원회가 실시하는 다섯 차례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15% 이상의 지지를 끌어낸다면 그는 오는 9월부터 세 번에 걸쳐 열리는 대선후보 TV토론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트럼프와 힐러리 둘 다 싫다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