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스퍼드 영어 사전 최신판 표지
영국 옥스퍼드대학출판사가 출간하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중국식 교육을 받은 싱가포르인을 비하하는 영어 표현 'Chinese helicopter'(중국 헬리콥터)가 신규 등재된 데 대한 현지인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28일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옥스퍼드 사전의 '중국 헬리콥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전직 언론인으로 프리랜서 작가 겸 번역가로 일하는 고 벙 추(64·여)씨는 최근 국제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 '중국 헬리콥터'라는 표현의 옥스퍼드 사전 등재를 취소해야 한다는 청원을 제기했습니다.
1970∼1980년대 사용되던 '중국 헬리콥터'는 중국식 교육을 받아 영어를 잘 못하는 싱가포르인을 비하하는 표현입니다.
고씨는 "이런 몰상식하고 매우 경멸적인 표현이 세계 최고 권위의 영어 사전에 등재되면, 모든 사람이 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고씨의 청원에 동조하고 서명한 미셸 탄 씨는 "이런 표현을 만들고 전파하는 사람들은 아주 무지하고 오만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고씨는 청원 동참자가 200명이 넘으면 이를 사전 편찬위원회에 보낼 계획입니다.
온라인 청원 이외에도 편집자를 향한 직접적인 항의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직 공무원이자 싱가포르 국립교육원(NIE) 강사인 탄 텅 랑씨는 사전 편집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이 표현의 등재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메일에서 "중국 헬리콥터는 오랫동안 중국식 교육을 받는 싱가포르인을 열등하고 저급한 사람으로 낙인찍어온 표현"이라고 "싱가포르 사회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고 위엄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온 그들의 뼈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씨는 이어 "다행스럽게도 1980년대 들어 중국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이런 조롱 조의 표현이 사라졌고, 이제 젊은 세대들은 이런 표현의 뜻을 알지 못한다"며 "나는 잊혔던 이 표현이 옥스퍼드 사전에 다시 등장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는 아물지 않는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옥스퍼드대학출판사의 세계 영어 편집자인 다니카 살라자는 이런 반발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최근 싱가포르식 영어 표현을 사전에 올린 것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앞서 옥스퍼드대학출판사는 최근 출간한 옥스퍼드 영어 사전 최신판에 싱가포르식 영어단어 19개와 홍콩식 영어단어 13개를 새롭게 등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