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재정·금융 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그리스 구제금융 분할 지원금 지급과 지속 가능한 채무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2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는 그리스의 추가긴축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채권단의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유럽연합(EU)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 9일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의 개혁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지원 방안이 합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에게 "그리스 정부는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많은 일을 했다. 우리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에 합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번 유로그룹 회의 직전인 9일 새벽 연금삭감과 증세안 등을 포함한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스 의회에서 승인된 개혁법안은 3차 구제금융 요건 충족을 위한 것으로, 연금 지급액 삭감과 연금펀드 통폐합, 개인 분담금 증가, 중상류층 증세안 등을 담고 있다.
또한, 그리스 의회는 지난 22일 추가긴축 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부가가치세를 현행 23%에서 24%로 올리며 커피·술·연료 등의 세금도 인상한다.
부실채권 시장 자유화를 위한 새로운 규정과 공공 운수회사, 우체국, 국영 전력회사 등 국가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민영화 펀드를 만드는 방안도 담겨있다.
그리스가 이처럼 개혁이행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임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분할 지원금 지급이 결정될지 주목된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번 회의에서 구제금융 지원에 원칙적인 합의를 보고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 수주일 안으로 분할금이 지급될 것으로 일부 관측통들은 전망했다.
그리스는 7월 말까지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에 36억 유로 상당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그리스 구제금융 분할금은 약 54억 유로에 달하지만 그 동안 지급이 지연되면서 지원금 규모는 100억∼11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 위기로 유로존에서 처음 구제금융을 받은 이래 2012년에 2차, 작년에 3차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6년째 긴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7월 IMF와 EU, ECB 등으로 이뤄진 소위 '트로이카' 채권단으로부터 860억 유로(약 112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에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인 54억 유로 규모의 긴축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해 국가부도 위기를 겨우 넘겼다.
채권단은 지금까지 160억 유로의 자금을 순차적으로 지원했다.
이와는 별도로 그리스의 은행 부문 개혁을 위해 50억 유로 이상을 제공했다.
이후 구제금융 지급 협상에서 IMF를 위시한 채권단은 그리스의 약속 불이행에 대비해 연금 축소와 은행 부실채권 매각 등을 골자로 한 36억 유로(GDP 2% 수준) 규모의 추가긴축을 요구했다.
특히 올해 들어 IMF가 그리스 구제금융에 따른 개혁이행 검증 작업에 본격 참여하면서 그리스에 추가긴축을 요구하고 이에 반발한 그리스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단행하는 등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앞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가 기본적으로 채권단의 개혁요구를 충족했다고 평가하고 그리스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채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채권단의 추가긴축 요구를 몰상식하고 위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융커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리스에 대해 추가 개혁을 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채무 상환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