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축제가 아니라 시위 때문에 수천 명의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운 터키로 가보겠습니다. 터키에서는 최근 대통령을 모욕한 죄로 처벌받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엔 심지어 한 남성이 자신의 아내가 TV에서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욕설을 내뱉으며 채널을 돌린다고 신고해서 검찰이 그 아내를 실제로 기소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터키의 푸틴이라 불리며 15년째 권력을 쥐고 있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반테러법을 근거로 인권 침해와 언론 탄압을 마음 놓고 저지르고 있습니다. 정규진 특파원의 취재파일입니다.
[마릿톄 샤커/유럽의회 의원 : 테러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유럽이든 터키든, 전 세계 어디에서든요. 하지만 반테러법이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저널리즘의 자유를 억압하고 침묵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남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2006년 미스 터키에 뽑힌 뷰육사라츠라는 여성은 자신의 SNS에 대통령을 풍자한 시를 올렸다가 기소됐습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은 터키 정부가 오랫동안 이어진 아르메니아인과 쿠르드족의 학살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글을 썼다가 국가 모독죄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2년 전 CNN 특파원은 이스탄불에서 반정부 시위를 생중계하던 중 터키 경찰에 구타를 당하고 체포되기도 했고 얼마 전 터키 정부를 비판한 네덜란드 기자는 강제 구금됐다가 추방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터키 정보당국이 시리아에 몰래 무기를 팔아넘기고 있다는 의혹을 특종 보도한 한 일간지 기자들은 국가 기밀 누설 혐의로 징역 5년에 처해졌습니다. 무기를 밀매한 건 사실인데 그걸 공개한 게 잘못이라는 논리입니다.
정권 유지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정치인부터 청소년까지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철퇴 대상이 됩니다. 에르도안은 자신을 독재자로 부른 한 야당 지도자에게 3만 2천 달러짜리 명예 훼손 소송을 걸기도 했고 같은 여당 전 국회의원은 트웨터에서 에르도안을 모욕했단 이유로 3년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10대 소년 2명은 대통령의 포스터를 찢었다가 4년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터키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억압받고 있는지 더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정부 비판적 언론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있단 점입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판매 부수 1등인 자만 신문사로, 대통령의 은닉 자산이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며 비리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했다가 테러리스트와의 연계 혐의를 받고 강제로 정부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강도 높은 검열과 함께 당장 기자들의 사내 서버 접근과 기사 출고는 차단됐고 허가 없이는 이메일도 열어볼 수 없게 됐으며, 당연히 편집장은 해고됐습니다. 그리고 법정관리 첫날 이 신문의 표지는 대통령의 동정 기사로 장식됐습니다.
이에 현지인들은 최루탄 가스와 차가운 물줄기 속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터키에서는 최근 4년 사이 2만 명이나 반테러법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반테러법에 따라 투옥된 사람만 8천 명에 달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반테러법이 무분별하게 적용되고 있는 건데요, 지구촌 곳곳에서 공포와 불안감을 미끼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와 후퇴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