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당시 남아공 백인 정권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이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혀 체포된 데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스파이의 첩보가 있었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더 선데이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전 CIA 스파이 도널드 리카르드가 인터뷰를 통해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리카드는 지난 3월 만델라의 마지막 생존 기간을 다룬 영화를 촬영하던 존 어빙 감독과 인터뷰에서 1962년 체포될 당시 만델라는 "소련 바깥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산주의자였다"면서 이같이 고백했다.
리카르드는 이 인터뷰를 한 뒤 2주일 후에 88세로 사망했다.
그는 당시 남아공 동부 나탈주(州)의 주도인 더반에서 미국 부영사로 일했다.
만델라가 이끈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첩보원들을 두고 있었던 리카르드는 더반을 찾은 만델라가 요하네스버그로 돌아가는 길의 자세한 여정을 알 수 있었고, 이를 남아공 경찰의 연락책에게 전했다.
더반 바깥에서 경찰에 체포될 당시 만델라는 백인 보좌관이 운전하는 차량의 뒷좌석에 운전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리카르드는 만델라가 완전한 소련의 통제 아래 있었고, 나탈주의 인도 주민들에게 공산당 주도의 대규모 반란을 선동할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만델라는 전쟁을 반겼을 것이다. 만일 소련이 무력 개입하면 미국도 개입해야 했고, 그럼 사태는 지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며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었고 만델라가 제지 됐어야 했다. 내가 거기에 제지를 제공했다"고 털어놨다.
아파르트헤이트(흑인 차별정책)에 맞선 만델라는 1962년 1~7월 이집트부터 보츠와나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종주하며 신생 독립국들로부터 정치적 지지와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에티오피아에선 8주간의 군사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남아공 백인 정권에 맞서 게릴라식 무장투쟁 전개를 계획하고 남아공으로 돌아온 만델라는 귀국 직후인 그해 8일 체포돼 27년간의 감옥살이를 보냈다.
체포 며칠 전 더반에서 만델라를 만났던 ANC 고위 관계자 루니 카스릴리스는 "만델라 체포는 아파르트헤이트 저항 투쟁을 방해했다. 정권과 스파이들이 CIA와 협력한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CIA가 남아공 보안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리카르드는 1978년 CIA로부터 은퇴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만델라 체포 경위는 남아공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