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중국인의 한국 단체여행 체험 의무쇼핑의 '그늘'

"'쇼핑' 자체는 만족하는 사람 많아…간혹 저질상품이 문제"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왕(王.39.여)씨가 선택한 4박 5일짜리 한국 저가 패키지여행은 '의무쇼핑'의 연속이었다.

여행 경비가 서울-베이징(北京) 왕복 항공요금에도 미치지 못했던 터라 저가 단체여행에 뒤따르는 의무 쇼핑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체감한 불편함은 상상했던 이상이었다.

더욱이 저가 한국패키지 여행을 처음 해본 왕 씨에게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쇼핑 강요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런 '쇼핑 공세'는 출발 시점부터 노골적이었다.

왕 씨가 "난 물건을 사고 싶지 않다. 전체 관광 일정을 자유여행으로 하고 싶은데 안 되느냐"고 묻자 중국인 가이드는 "반나절 당 1천 위안(17만 9천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전체 여행 기간 4박5일을 자유여행으로 하고 싶다면 추가로 4천 위안(약 71만 6천 원)을 더 내라는 뜻이었다.

이는 여행 상품가격(2천58위안)의 배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항공권, 숙소 등을 사려는 목적으로 저가 동남아 여행 또는 중국여행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저가 패키지 상품의 '손해'를 쇼핑 강요를 통한 마진으로 '복구'하고 이익을 챙기려는 여행사로선 그런 얌체 고객을 받아줄 리 만무하다.

패키지 상품 구입 전에 그 같은 요구를 한다면 그 자리에서 거절하겠지만, 패키지여행 중에 막무가내로 '자유'를 요구하는 고객에겐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광고
광고 영역

왕씨의 '쇼핑여행'은 서울관광 둘째 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처음 방문했던 상점은 영등포구의 화장품 가게.

간판도 없는 점포 유리창에는 한국의 유명 화장품 광고들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지만, 정작 진열대 위에서는 그런 제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10분간에 걸친 가이드의 상품홍보가 끝나면, 점원들이 '일대일' 판촉을 벌였다.

10여 명의 점원은 조선족 등 모두 중국인들이었다.

이 매장이 집중적으로 홍보한 한 화장품은 6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였지만, 과거 한국에서 수년간 유학생활을 한 왕 씨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상표였다.

한국인 가이드는 "강남 성형외과에 특별공급하는 것이어서 시중에서는 볼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쇼핑이 끝나자마자 다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건강식품 판매점으로 이동했다.

역시 상점에 들어가자마자 가이드의 장황한 상품홍보와 종업원의 전방위적인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이 가게가 내세운 주력 건강식품은 한 세트가 50여만 원이었다.

점원은 "이 상점은 외국인 전용 면세점이라 한국인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 "모든 상품은 한국에서 우수상품으로 선정됐다"고 홍보했지만, 이곳에서 지갑을 여는 관광객이 없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날 세번 째 찾은 상점은 인삼 제품 상가.

이 상점 역시 왕 씨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회사의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왕 씨는 "강매행위는 없었지만 집요한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며 "상점마다 간판도 없어 살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 기간에 모두 8곳의 상점을 들러 8시간가량 쇼핑했다.

귀국 직전에는 예정에 없던 기념품 가게로 안내됐다.

쇼핑 시간에 전세버스 안에 있거나, 상점에서 떠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대형면세점 앞에서는 가이드가 관광객을 상대로 일일이 구매 여부를 확인하고 "모두 물건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도 꺼냈다.

관광객들의 상품구매가 저조하자 한국인 가이드는 같은 직장동료에게 "망했다. 면세점에서 200만 원 밖에 안 썼다"고 불평했다고 왕 씨는 전했다.

중국 여행사에 '마이너스 투어피'로 유커 1인당 400위안을 줘야 했던 한국 여행사는 어떻게든 유커들이 쇼핑을 많이 해야 여행경비로 쓴 돈을 회수하고 이익을 챙길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광고
광고 영역

한국 여행사로선 자사가 '계약한' 가게에서 유커들이 쇼핑해야 쇼핑 액수 가운데 더 많은 마진을 챙길 수 있으므로 해당 가게의 상품 품질을 그다지 중요시 않는다.

그러나 상품의 질이 떨어지면 유커들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에 쇼핑 액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가 한국여행을 선택한 유커들은 대개 쇼핑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만 보장되면 만족도가 커질 수 있다.

왕씨 역시 이번 한국여행이 들인 돈에 비하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왕씨는 중국 국내여행도 쉽지 않은 2천 위안의 돈을 내고 4박 5일간 왕복 항공요금에 전세버스, 대형면세점이 포함된 쇼핑을 할 수 있는 게 어디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녀는 숙박시설도 기대한 것보다 괜찮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최근 중국의 세관 발표를 보면 쇼핑에 무한 의지하는 저가의 한국 단체여행이 얼마나 지속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입국장 안에 면세점을 만들고 해외관광객들이 5천위안의 면세 한도를 준수하는지를 철저히 점검키로 하면서 베이징 서우두공항 등에서 세관 통과 시간이 두 배로 길어지고 있다.

박정하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장은 중국 2∼3선도시에서는 여전히 저가 단체여행에 대한 수요가 있어 저가단체여행 상품을 막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제값을 주고 여행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투트랙으로 상품 개발과 홍보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