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달인으로 '한국의 워렌버핏'이라고 불리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최근 '언론사 순방'을 돌았습니다.
'10년펀드'로 흔히 불리는 한국밸류 10년투자증권신탁 펀드가 설정된지 만 10주년을 맞은 기념이었는데요.
'10년 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10년 동안 한 번도 연말을 마이너스 수익으로 마감하지 않았던 펀드였습니다. 그 펀드가 결국 10년을 맞이했던 만큼 언론사에서 '실적 자랑'을 하는 게 기분 좋은 일이었을 법도 한데, 실제로 만났던 이채원 부사장의 반응은 조금 달랐습니다.
"언론사 방문을 잘 안 한다"던 이 부사장의 이유는 "일은 안 하고 돌아다닌다고 투자자에게 혼날까봐"였습니다. 10년간 공채로만 뽑은 '이채원 키즈' 수십 명을 거느린 사람의 말로는 어울리지 않는 소심함(?)이었습니다. 사실은 말을 잘 못 하는게 아닐까, 아니면 언론 보도에 데인 적이라도 있어서 방문이 싫은 건가 싶은 의심이 들었습니다.
이 부사장은 본인을 소개할 때 스스럼없이 '소심하고 겁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 성격이 크게 성공하지 않더라도 크게 망하지도 않는 가치투자와 잘 맞는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투자 전략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그의 '소심한 투자'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협지를 좋아한다는 이 부사장은 책을 살 때 꼭 두 권, 혹은 두 세트씩을 구매한다고 합니다. 수집가들이 흔히 구매하는 '소비용·소장용'의 두 세트인가 싶었지만 잃어버릴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갑도 세 개입니다. 종류별로 안주머니와 뒷주머니 등에 나눠 넣는다고 하는데, 주 이유는 강도를 만났을 때 3분의 1만 잃고 나머지를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편집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행동입니다. 좋게 보면 철저한 분산투자를 일상에서도 행하는 투자자의 모습이고, 나쁘게 보면 겁 많고 소심한 사람의 '끝판왕'인 셈입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지만, 의지로 의지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성격과 안 맞는 행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성격에 안 맞는 일을 맞는 것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90년대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였던 이 부사장은 1993년 동원증권 도쿄 사무소에 있을 때 1세대 가치투자 책으로 처음 가치투자를 접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운용하던 펀드가 40% 폭락, 1998년 국내 최초로 '밸류이채원펀드'라는 이름의 가치투자펀드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성격에 맞는 일을 찾은 셈이죠.
결과로, '밸류이채원펀드'는 2000년 4월부터 2006년 2월 사이 435%의 수익을 냈습니다. 이 부사장의 경험의 총체인 10년펀드는 누적 156%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 깨질까, 이 생각밖에 없어요. 어떻게 하면 벌까는 별로 없어요." 항상 위험에서 도망치며 산다는 이 부사장이 남긴 한 마디였습니다. 가치투자가로 이름을 알린 이후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는 그가 앞으로도 성공적인 '도주 인생'을 보여 주길 바라봅니다.
[CEO X-File] 모럴해저드 vs 마녀사냥…대주주 책임 어디까지?
[CEO취재파일]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허울뿐인 동반성장
[CEO취재파일] 이재용 부회장의 '두 가지 판다 경영'
(SBSCNBC 이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