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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피마자 유박비료 텃밭·화분에도…유통관리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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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제품은 비료이므로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합니다.' 피마자 유박비료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대책은 '경고 문구'였다.

정부는 비료관리법 공정규정을 개정해 동물에 해롭다는 내용의 경고 문구를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했다.

여러 피해사례와 학술적으로 입증된 피마자의 독성을 고려하면 너무 기초적인 수준의 '대책'인 셈이다.

피마자 유박비료는 주원료인 피마자 수입부터 비료 생산, 유통 과정까지 모든 안전 관리를 단순히 '경고문구'에만 의존한 채 사용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피마자 유박비료는 거의 수입산이다.

농가는 보통 전년도 10월쯤 지방자치단체나 농협에 신청해 비료를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나 농협이 독성물질인 리신(Ricin)을 함유한 피마자 유박비료를 따로 구분해 관리하지 않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연합뉴스 취재팀도 전국 지자체와 농협을 대상으로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여의치 않아 개별적 산출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대략적인 공급량만을 파악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회와 계약된 비료업체 12곳에서 유기질 비료 26만291t을 농가에 공급했고, 이 중 약 60%가 피마자 유박을 사용한 비료였다.

중앙회를 포함해 전국 지자체와 농협 지역본부에서는 한 해 60만∼70만t의 유기질 비료가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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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마자 유박비료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거나 개별 관리하는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피마자 비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피해사례 등을 통해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며 "하지만 사료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것 외에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 피마자 유박비료에 대해 따로 제조 과정과 공급량 등을 관리 감독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피마자 유박비료 유통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농협과 지자체를 통해 농가에 공급되는 비료는 대부분 농가에서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알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위험성을 잘 모르는 일반 상점이나 가정집에 피마자 유박비료가 유통되는 경우다.

현재 피마자 유박비료는 별다른 관리 규정이 없어 인터넷 쇼핑몰과 농협 판매장, 꽃집 등에서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비료를 20∼30알씩 소량 포장해 판매할 때는 성분 표시나 경고 문구를 표기하는 규정을 어기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위험성을 알기가 쉽지 않다.

비료를 소량으로 구매하는 소비자 대부분은 가정 내 소형 텃밭이나 화분에 사용하기 때문에 비료가 반려견과 어린이의 생활 반경에 노출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비료 관리법에 근거해 유기질 비료는 주성분 함량과 포장방법 등을 공정규격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며 "그러나 포대에 담긴 비료를 다시 재포장해 판매하는 소규모 상점이나 꽃집, 인터넷쇼핑몰 등은 사실상 관리가 쉽지 않다"며 애로점을 털어놨다.

피마자의 독성이 문제가 되자 피마자를 대신할 대체재를 사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비료업계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독성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피마자 유박은 유기질 비료의 원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른 유박에 비해 비용이 싼 데다가 비료의 주성분인 질소 등의 성분 함량이 좋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료관리법에 따라 유기질 비료의 주성분 비율을 정하고 있는데, 비료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피마자 유박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A 비료업체 관계자는 "피마자는 인도에서 대부분 수입하는데 가격 경쟁력이 있고 질소 등 비료 주성분 함량도 좋아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며 "예전에는 유기질 비료 원료로 유채 유박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로 사료용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성이 강한 피마자 유박비료의 피해를 막으려면 현행 공정규정을 강화하고, 원료 수입부터 생산 단계까지 성분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근본적인 대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수의응급의학회 관계자는 "비료 형태를 사료와 혼동되지 않게 펠릿(알갱이) 형태로 제조하지 못하게 하고, 경고 문구 역시 눈에 잘 띄는 곳에 표기하거나 소량 포장 제품에도 반드시 표기하도록 하는 등 공정규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범 농진청 유기농업과 연구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면 원료 수입과 비료 생산 단계에서 리신 등 유해 물질이 함유돼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인증하는 성분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피마자 유박이 토양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은 피마자 유박에 함유된 리신이 작물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토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남주 국회 환경토론 자문위원은 "아직 정확한 실험이 이뤄지지 않아 피마자 유박이 토양과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독성을 함유한 만큼 될 수 있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정부 차원의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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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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